불길과 붕괴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오는 이들은 늘 같다. 그러나 그 위험을 뒷받침하는 책임 구조는 아직 국가직 전환 이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재정과 지휘의 중심은 여전히 지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변화를 종합 점검한 결과, 인력 확충과 예산 증가라는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가 책임의 실질적 강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 업무가 여전히 지방재정과 지방행정의 부담 구조 위에서 운영되고 있어서다.
인력 측면에서는 변화가 확인된다. 전국 소방공무원 수는 2017년 4만8042명에서 2024년 6만6802명으로 약 49% 증원됐다. 이 기간 소방관 1인당 담당 인구도 같은 기간 1091명에서 766명으로 약 30% 줄었다. 국가직 전환과 대규모 충원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낸 셈이다.
다만,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24년 기준 1인당 담당 인구는 많게는 1255명, 적게는 396명으로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위험의 밀도와 업무 강도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예산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전체 소방예산은 2019년 5조5066억원에서 2025년 8조1478억원으로 약 48% 늘었지만, 국비 비중은 10% 남짓에 그친다. 국회입조처에 따르면, 국가직 전환 직후인 2020년 11.5%까지 올랐던 국비 비중은 이후 다시 낮아져 2025년에는 10.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예산 규모는 커졌지만 부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인건비는 그 상징적인 예다. 2025년 기준 소방안전교부세를 통해 지원되는 인건비는 5476억원으로, 전체 소방 인건비 예산의 8.6%에 불과하다. 국가직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급여와 복지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근무 여건의 지역 격차도 뚜렷하다.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는 지역에 따라 25만원에서 70만원까지 차이가 나고, 위탁교육비는 최저 4만1000원에서 최고 42만8000원으로 열 배 이상 벌어진다. 같은 국가직이라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원 수준은 제각각이다.
지휘 체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이 됐지만, 소방사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법'상 지방사무로 규정돼 있다. 시·도지사에게 광범위한 지휘·감독권이 부여된 현 구조에서는 대형 재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지휘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국회입조처는 개선 방향으로 △국가의 재정 책임 강화와 안정적 재원 확보 △소방사무의 법적 지위와 책임 구조 명확화 △소방청 중심의 인사·지휘체계 일관성 확보를 제시했다. 인건비의 국비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화재보험금 부담금 등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의 이름으로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제복 영웅이다. 제도 역시 그 헌신의 속도와 무게를 따라가야 한다. 국가직 전환의 의미가 현장에서 온전히 체감되기 위해서는, 명칭이 아니라 책임 구조의 변화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부터 먼저 요구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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