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렌탈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렌탈·팩토링 구조에 참여한 캐피탈사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통사와 렌탈사가 주도한 영업 이후 채권을 인수한 금융사들이 사전 검증은 물론 사후 관리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피해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초기 영업 과정에서 '무자본 창업'이나 '안정적 수익' 등을 내세운 안내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렌탈업체의 영업 중단과 연락 두절이 발생하면서 금융사의 채권만 떠안는 상황에 놓였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유통사와 렌탈사의 부실과 민원 발생이 반복적으로 제기된 이후에도 캐피탈사가 해당 렌탈사의 채권을 계속 양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징후가 누적된 상황에서도 채권 인수와 계약이 이어진 점을 두고 금융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채권만 인수, 관리 책임은 공백..."가장 큰 문제는 금융사"
렌탈 금융 피해의 핵심에는 팩토링 구조가 있다. 팩토링은 렌탈업체가 앞으로 받을 렌탈료 채권을 금융사가 먼저 사들여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가 렌탈업체의 영업 상태나 관리 능력을 제대로 살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채권 소각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롤링주빌리의 유순덕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해 신고가 반복적으로 접수된 이후에도 해당 렌탈사의 채권을 계속 매입한 캐피탈사들이 있었다"며 "렌탈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징후가 충분했는데도 금융사 차원의 거래 중단이나 추가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팩토링 구조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렌탈 채권을 인수한 금융사가 관리 책임에서 완전히 빠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렌탈은 단순한 할부금융과 달리 계약 기간 동안 제품이 정상적으로 관리·사용되는 것이 전제된 거래"라며 "캐피탈이 렌탈 채권을 인수했다면 해당 렌탈사가 실제로 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조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자인 피해자가 렌탈업체의 정상성이나 관리 능력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 역할은 채권을 인수하는 금융사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렌탈사와 캐피탈사 모두 플랫폼을 통한 계약이라는 이유로 형식적인 심사 의무만 있다고 주장하며 채권추심을 강행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정당한 위약금 10%가 아니라, 잔여 렌탈료 전액을 위약금으로 요구하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추심이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 같은 피해 구조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과거 사건들에서도 같은 방식이 사용됐다"며 "저가의 무인기기나 커피머신을 고가의 렌탈계약으로 유도한 뒤, 초기 몇 달만 렌탈료를 입금하고 납품업체가 잠적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사건에서는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구조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같은 피해가 이름만 바꾼 채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무분별한 채권 계약에 피해 확산...전문가들 "캐피탈사 책무 강화해야"
채권추심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유 이사는 "렌탈은 원칙적으로 선사용 후청구 구조임에도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연체를 이유로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고 잔여 렌탈료 전액을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렌탈 계약서에 의무 사용 기간 내 해지 시 잔여 렌탈료 일부만 부담하도록 한 위약금 조항이 있음에도,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은 채 전액 청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캐피탈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캐피탈사가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팩토링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챙길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금융업자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경우에 따라 법적 책임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책임과 별개로 신용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위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여신금융사의 소비자 보호 체계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결과에 따르면 렌탈사고와 관련된 캐피탈사들은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와 민원 관리 부문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평가 결과를 통해 "소비자 보호 조직과 규정은 형식적으로 갖추고 있으나, 실제 영업 현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예방·차단하는 기능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구조가 복잡한 금융상품의 경우 사전 검증과 사후 관리 책임을 금융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책임을 계약 구조나 외부 사업자에 떠넘기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사한 금융 소비자 피해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경고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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