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의료데이터 표준화... 진보인가, 감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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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의료데이터 표준화... 진보인가, 감시인가

경기일보 2026-01-12 18:50: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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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열 보건학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병원에서의 문진 중 흔한 사항이 있다. 술은 얼마나 마시는지, 담배는 얼마나 피우는지 등 기호 또는 습관에 연계된 질문이다. 대개 진료기록 한 줄로 남거나 의사의 기억 속에 머무를 형식적 정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 이 질문의 무게가 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음주와 흡연 행위를 상태로 정의해 국가가 정한 의료 데이터 표준 항목으로 공식 지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1일 시행된 ‘보건의료데이터 용어 및 전송 표준’ 고시 개정안은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일관되게 주고받기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으로 음주·흡연 상태를 비롯해 연명의료 의향, 처방일시 등 4종의 정보가 ‘핵심교류데이터’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는 해당 정보들이 환자가 어느 병원을 찾든 진료의 연속성과 안전성을 위해 공유돼야 하는 ‘필수 요소’로 분류됐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명백한 ‘진보’다. 의료정보가 표준화되면 불필요한 중복 질문이나 검사가 줄어들고 응급 상황에서도 환자의 과거력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번 개정에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임상의료용어 체계인 ‘SNOMED CT’와 약물 분류 표준인 ‘ATC’ 체계가 적용돼 국내 의료데이터의 국제적 호환성이 강화됐다. 여기에 앱이나 클라우드 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의료정보 전송 표준인 FHIR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한층 넓어졌다.

 

다만 기술적 진보가 곧바로 의료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표준화는 진료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의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한다. 데이터가 정교해질수록 의료 서비스의 정확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개인의 생활정보가 제도 속에서 다뤄지는 범위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음주와 흡연정보는 건강 관리에 중요한 참고 자료인 동시에 다양한 보건 정책에서 활용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의료데이터는 숫자와 코드로 구성된 중립적 정보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판단의 결과에 따라 어떤 항목을 기록하고 교류 대상으로 삼을지를 결정한다. 음주와 흡연을 핵심 교류 항목으로 지정한 이번 개정은 질병 예방과 진료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개인의 기호와 생활 습관에 관한 정보가 공적 시스템 안에서 더욱 구조적으로 관리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책적 변화이기도 하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보험이나 복지제도와 연계돼 활용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의료데이터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활용의 목적과 한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다. 의료정보가 진료의 참고 자료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료는 본래 개인의 상태와 맥락을 인권과 함께 고려하는 영역이다. 표준은 판단을 돕는 도구일 수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복합적인 삶을 단순한 지표로 일관화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데이터는 환자를 보호하고 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며 그 자체가 삶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번 표준 고시 개정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의료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더 많이 기록하고 더 넓게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과정에서 데이터 활용의 원칙과 책임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성숙해져야 한다. 표준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의료데이터가 정교해질수록 이를 다루는 사회의 태도와 균형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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