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가본 사람이라면 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가 글로벌 대기업들의 기술 쇼케이스라면, 베네시안 엑스포(Venetian Expo)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곳은 미래에 우리 일상을 바꿀 스타트업들의 첫 무대다. CES장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아, 올해의 키워드는 이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2026년의 정답은 단연 AI였다. AI는 이제 똑똑한 비서 수준을 넘어 운동을 시키고, 집안을 청소하고, 심지어 뇌 상태까지 읽으려 든다.
1. Speediance – AI가 PT보다 더 집요하다
Speediance의 작은 기계 Gym Nano가 최대 100kg에 가까운 디지털 저항을 제공해 거실을 헬스장으로 만든다. '운동하러 갈 시간 없어'나 '집에 운동 공간 없어' 같은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또 화면 없는 웨어러블 스트랩이 운동·회복·스트레스·체온 데이터를 조용히 수집해 AI 플랫폼 'Wellness+'로 보내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다음 세트를 제안한다. 문제는 AI가 꽤 성실하다는 것. 오늘 운동을 대충 때우려 하면 정확히 알아차린다. 기본 데이터는 무료, 더 똑똑한 조언은 유료. AI는 당신이 오늘 운동을 미룬 걸 이미 알고 있다.
2. Lovense - 외로운 이들에게 AI가 말을 걸어오는 시대
전 세계 2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성인용품 테크 전문 기업 Lovense 부스는 올해 CES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앞세운 것은 AI 컴패니언 '에밀리'다. 대화를 기억하고 감정을 학습해 반응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실물 크기와 사실적인 피부 질감을 지닌 AI 돌 'Amily'는 다섯 가지 성격 중 하나를 설정하면 얼굴을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가격은 4,000달러부터다. 기술적으로는 인상적이지만 '이제 기술은 외로움마저 시장으로 삼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도발적이지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 자체가 CES답다.
3. Roborock – 계단까지 올라가는 집요함
로보락은 CES 2026에서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올라 청소하는 로봇청소기 'Saros Rover'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센서 기술과 AI 자율주행을 결합해 복층 구조의 집을 스스로 오가며 청소한다. 청소기라기보다 집안을 탐색하는 로봇에 가깝다. '청소의 사각지대'라는 개념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AI가 집 구조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문턱에 와 있다.’
4. In the tech – AI가 집중력을 대신 관리해준다면
CES 2026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받은 In the tech의 'EYAS Standard'는 AI 기반 ADHD 치료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모니터를 보며 간단한 과제를 수행하면 AI가 시선과 반응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집중 상태를 판단한다. 산만해지면 개입한다. 약물 대신 알고리즘, 훈육 대신 데이터다. '집중해'라는 말도 이젠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다. 꽤 설득력 있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운동, 외로움, 집안일, 그리고 정신 상태까지 참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언제나 이곳, 조금은 정신없고 그래서 더 솔직한 베네시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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