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을 넘어 '미래 산업의 큰손 투자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엔비디아의 행보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최강자로 여겨지는 엔비디아는 전력설비, 바이오, 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를 단행하며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이러한 행보는 향후 글로벌 산업 지형과 자본 흐름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평가되고 있다.
전력설비·바이오·자율주행…미국 시총 1위 엔비디아가 픽(PICK) 한 나스닥 유망 기업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 14일 기준 ▲코어위브(CRWV) ▲어플라이드 디지털(APLD) ▲암 홀딩스(ARM) ▲네비우스(NBIS) ▲리커전 파머슈티컬스(RXRX) ▲위라이드(WRD) 등 6곳의 개별 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모두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인 AI 반도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엔비디아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코어위브다. 지난해 11월 14일 기준 엔비디아의 코어위브 주식 매입 평가액은 무려 2조8580억원에 달한다. 전체 투자금의 약 86% 수준의 금액이다. 보유 주식량은 2427만7573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4% 상승한 약 13억6500만달러(원화 약 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코어위브는 지난해 3월 28일 주당 40달러 공모가로 나스닥에 상장됐다. 주가는 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80.14달러로 공모가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이용한 데이터센터 운영 및 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2017년 암호화폐 채굴 회사로 출발 후 2019년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했다. 코어위브는 지난해 7월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받고 대규모 GPU 수급 파트너십까지 맺으며 주목받았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 GPU를 우선 확보 중인 코어위브는 오픈AI, MS, LG CNS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어플라이드 디지털과 암 홀딩스도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어플라이드 디지털과 암 홀딩스에 대한 엔비디아의 투자 비중은 각각 4.60%, 4.10% 등이다. 9일 종가 기준 엔비디아가 소유한 이들 기업 주식의 평가금은 각각 4271억원, 1808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어플라이드 디지털은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용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과거 암호화폐 채굴 공간 사업을 영위했지만 현재는 대규모 전력 공급 시설 생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초 9달러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37.68달러를 기록하며 약 1년 사이 400% 넘게 급등했다.
암 홀딩스는 영국 캠브리지 지역 기반의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 기술 회사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회사다. 반도체 칩을 직접 만들지 않고 스마트폰, 랩탑, 데이터센터 칩을 구동하는 기반 기술을 제공한다. 라이선스 수수료와 로열티 수입 등이 주요 매출원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암 홀딩스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미국과 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에 탈락해 최종 계약에 도달하지 못했다. 암 홀딩스는 올해 CES에서 조직 개편을 통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 설계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부문을 신설해 로봇 시장 진출을 가속화겠다고 밝혔다. 로봇 특화 사업부서 신설로 ▲클라우드 및 AI ▲모바일 기기 및 PC 제품을 아우르는 에지(Edge) ▲자동차 사업을 포함한 피지컬 AI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재편됐다.
암 홀딩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1월 140달러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111.79달러를 기록하며 약 20% 가량 떨어졌다. 다만 해외 증권가에서는 암 홀딩스에 대한 올해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암 홀딩스의 주식을 분석한 22명의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공통적으로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향후 1년 동안 주가가 58%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평균 목표 주가를 177.5달러로 설정했다.
러시아 IT 기업 얀덱스의 해외 클라우드 부문이 분사해 독립한 회사인 네비우스그룹 역시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를 단행한 곳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네비우스그룹은 엔비디아 GPU와 AI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AI 연산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3분기 매출 1억461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5% 급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메타와 약 3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계약은 향후 5년간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초 30달러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 9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주력 사업인 AI반도체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바이오·자율주행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리커전 파머슈컬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유타주에 본사를 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이곳은 방대한 생물학·화학 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전통적 신약 발굴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리커전 파머슈컬스가 구축한 바이오하이브-2(BioHive-2) 슈퍼컴퓨터는 엔비디아가 만든 AI칩과 자체 개발한 운영 체제(OS)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른 컴퓨팅 시스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위라이드는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상용 서비스 제공 기업이다. 엔비디와와는 이미 2017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위라이드의 자율주행차에는 엔비디아 제품이 핵심 부품으로 탑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대해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기술의 활용 범위 확대와 관련 기업들의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비디아가 선택한 기업들은 모두 AI 반도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기술 플랫폼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며 "엔비디아의 포트폴리오는 미래 글로벌 산업 지형과 자본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해석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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