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도 결국 산업이다···한국, 기술은 쌓였고 전략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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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결국 산업이다···한국, 기술은 쌓였고 전략이 남았다"

이뉴스투데이 2026-01-12 18:00: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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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달탐사 임무상상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달탐사 임무상상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우주항공청 출범과 누리호 4차 발사 등을 계기로 한국의 우주개발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제는 발사 성공에 그치지 않고 산업화까지 함께 설계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미 항공우주국(NASA) 태양계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폴 윤 교수는 한국이 짧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기술 축적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우주개발 성과가 민간 시장과 일자리, 투자 회수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탐사와 상징적 성과에 머무르기보다, 우주기술을 기존 산업과 결합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잘 쏘는 것에서, 잘 버는 것으로”

윤 교수는 “최근 한국의 우주 분야 성과를 성적표로 매긴다면 A~A+ 정도”라며 “한미 협력의 포지션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업용 저궤도 우주정거장 개발·운영 협력,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과 미국 GPS 상호운용성 강화, 그리고 달에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참여 확대 등을 축구에 비유하며 한국의 역할이 중원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골키퍼라면, 믿고 함께 뛰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대신 윤 교수는 다음 단계로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으로 수익을 만들 것인가’를 꼽았다. 예컨대 올해부터 예비설계에 착수하는 재사용 발사체를 두고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만 묻는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우물을 열심히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이 나오는 우물을 파야한다”며 “우주 사업은 국민 세금이 상당히 투입되는 만큼 투자 대비 효용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우주개발 방향은 ‘우주를 기존 산업과 섞는 전략’이다. 달 기지·심우주 통신망·전력과 건설·로봇·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한 미래를 전제로, 한국이 강점을 갖춘 산업군을 우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달에 건물을 누가 짓고, 전산망·통신망·전력망을 누가 구축할까요. 그 순간 한국 기업이 할 일이 생긴다”며 통신·반도체·에너지·건설·로봇을 묶어 ‘패키지’로 제안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우주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이나 신약 후보, 인공장기와 같은 성과가 도출될 경우, 장기간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가 단순한 탐사 대상에 그치지 않고 지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때 탐사의 명분과 사회적 설득력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달과 화성 탐사가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목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주 연구를 통해 지구의 산업·의료·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폴 윤 나사 태양계 대사. [사진=폴 윤]

“정부는 밭을 갈고, 민간은 열매를 맺는다”

특히 윤 교수는 우주 생태계의 중심이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주 스타트업과 투자자, 대기업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사례로 들며, 우주 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부 성과가 다시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연연과 공공 연구기관이 그동안 기술 개발과 기반 조성에 기여해 왔다면, 이제는 민간이 사업화와 시장 창출의 주체로 나설 단계라는 인식이다.

윤 교수는 이 과정을 농사에 비유하며 “출연연이 밭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나무를 심고 과실을 거둘 때”라고 말했다. 단순히 연구비를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산업이 자라기 어렵고, 실제 수익과 성공 사례가 나와야 생태계가 확장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익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위험을 감수하고 실행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정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우주정책 은 성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이 정치적 환경과 조직 논리에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라며 “이를 보완할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 의제가 정권 변화나 정책 기조에 따라 흔들리면, 장기적인 기술 축적과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주제 선정부터 예산 배분에 이르기까지 단기 성과나 내부 논리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큰 방향성과 시장성에 대한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 전략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윤 교수는 연구개발 거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흔들기보다, 산업 거점은 기업과 일감을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천이 원하는 것은 연구기관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보잉 같은 기업의 브랜치가 들어와 실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와 실증, 생산과 수출로 이어지는 역할 분담과 연결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지역 클러스터가 명목이 아닌 실체를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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