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홍근의원 페이스북 |
여권의 서울시장 선거 시계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신호탄은 4선 중진이자 전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이었다. ‘서울을 그리다’라는 제목의 북콘서트는 형식만 문화 행사였을 뿐, 정치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사실상의 출마 선언”으로 해석됐다.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중요했던 여권 서울시장 레이스에서, 박홍근 의원이 가장 먼저 체온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 1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권 국회의원 2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여권 내부 결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여권 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 선두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까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자리는 단숨에 ‘출정식’의 성격을 띠었다.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경쟁 구도가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장의 열기는 북콘서트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이라는 공간적 한계로 국회 사무처가 ‘1인 퇴장 시 1인 입장’이라는 통제 방침을 안내하자, 입장하지 못할까 우려한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약 1,000명의 시민이 3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가장 먼저 대중 동원력과 조직력을 확인한 자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의원이 이날 던진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서울’이다. 그는 서울의 6대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 문화관광, 바이오, 디지털 전환, 에너지, 금융을 제시하며 단순 개발 중심의 도시가 아닌 산업·문화·복지가 결합된 입체적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강남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강북과 남서울, 영서권 등 비강남권의 잠재력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서울시장 선거의 오랜 난제였던 지역 격차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대목이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첫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정부 서사’와의 결합이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를 설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서울을 그려보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첫 무대가 서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국정 성과의 시험대로 삼겠다는 이 메시지는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강점이지만, 동시에 중도층 확장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는 중진 카드의 경쟁력이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는 상징성보다 관리·조정·실행 능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를 포함한 4선 경력을 통해 ‘정치력’과 ‘조정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행정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약점을 정치적 조정력과 국정 이해도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박홍근의원 페이스북 |
현재 박 의원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지지율이다. 여권 내 다른 잠룡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와 여론조사 수치는 아직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정치권에서는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서울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국정형 정치인’ 이미지를 ‘생활형 시장 후보’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 조직을 빠르게 가동해 현장 접촉면을 넓히는 전략이다.
셋째, 이재명 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되, 서울만의 독자적 비전과 결단력을 분명히 보여 중도층의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다. 박 의원이 강조한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실제 정책과 속도로 구현될 경우, 지지율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변수도 만만치 않다.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오 시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다시 나설 경우 선거 구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재출마할 경우 안정적 시정 운영을 내세운 ‘연속성 프레임’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고, 여권 후보에게는 명확한 변화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오 시장이 불출마하거나 대권 행보로 방향을 틀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한층 예측 불가능한 판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남 출신으로 서울에서 40여 년을 살아오며 중랑구를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박홍근 의원은 “서울은 타향이 아니라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의 고향”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정치적 수사이자, 이제는 조력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성과를 증명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서울시장 선거는 늘 서울을 넘어 전국 정치 지형을 흔들어왔다. ‘서울을 그리다’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깃발을 든 박홍근 의원의 행보가 여권 내 경쟁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이 첫 신호탄이 본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을 둘러싼 가장 치열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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