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투명성 제고 방안 마련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과 관련해 제명 등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강선우 의원의 경우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제명 조치를 결정했다. 강 의원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신이 제척됐다고 해명했으나 관련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단수 공천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경 시의원 후보자로부터 1억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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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도당위원장의 공천 관련 기구 참여를 금지하고 지역위원장의 참여를 제한하는 등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공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민주당은 여전히 이번 사안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며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천=당선’…공천 시스템 구조적 한계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특정 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공천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다.
이날 조국혁신당 정춘생 최고위원은 “‘공천이 곧 당선’인 현 선거제도 하에서 공천권은 막강한 권력이 된다”면서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이 지방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에 거의 절대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출마 희망자들은 주민들보다 지역위원장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토로한다. 지방선거 공천은 형식적으로는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이뤄지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해당 지역 정치 지형과 조직 상황을 가장 잘 안다는 이유로 지역위원장의 추천·비추천 의견이 사실상 반영될 수밖에 없다.
또 지방의원들은 지역위원장의 조직 기반이자 선거 동력이다. 지역위원장은 이들의 지원을 받아 총선이나 차기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정책 역량이나 도덕성 보다는 충성도와 조직 관리 능력이 우선시된다. 최근에는 노골적인 현금 대신 정치후원금을 통한 합법적 형식을 가장한 공천 헌금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만 보더라도 민주당 ‘가’, 국민의힘 ‘가’번을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위원장 입장에서도 자신의 선거를 고려하면 결국 자기 사람을 공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끼리도 언제든 공천심사위원이 될 수 있는 만큼 다른 지역구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도 이를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공천 투명성 확보 관건…“비리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이런 가운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억울한 컷오프(공천 배제)를 제거하겠다’고 한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강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과 연루된 김 시의원은 ‘투기 목적 다주택자’로 컷오프 대상이었음에도 결국 단수 공천을 받았다.
물론 제한적인 컷오프 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선거의 경우 경선 역시 조직력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천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전수조사 요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과거 부패·비리 의혹으로 당을 떠났던 정치인들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복당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 전수조사를 통해 공천 비리가 드러날 경우 완전 제적 등으로 다시는 당에 복귀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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