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 명과 암②] “대통령이 직접 해결하라”…거리로 내몰린 해고노동자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청와대 이전, 명과 암②] “대통령이 직접 해결하라”…거리로 내몰린 해고노동자들

투데이신문 2026-01-12 16:23:38 신고

3줄요약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는 단순한 공간 이동을 넘어 공적 공간의 긴장 고조와 정치적 표현의 확산, 인근 주민과 노동자들의 삶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 기획은 청와대 재이전을 둘러싼 여러 진통을 짚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와 남은 과제를 들여다본다.

지난 8일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와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1박 2일 농성에 돌입하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8일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와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1박 2일 농성에 돌입하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며 청와대의 민간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권력의 상징이자 오랜 시간 ‘닫힌 공간’으로 남아 있던 청와대가 시민에게 활짝 열린 순간이었다.

청와대 개방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한 미화·조경·보안·안내·시설 유지 등 필수 업무에 약 200여명의 용역노동자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청와대를 관리·운영하는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관람을 가능하게 했고 지난 3년간 청와대 개방 정책을 실질적으로 떠받쳐 왔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의 청와대 재이전이 결정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의 복귀가 추진되자 개방 정책의 변화는 곧바로 청와대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청와대 활용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기존 용역 고용은 지난해 12월까지만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밀려나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용역노동자들은 “정책 변화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청와대 관람 사업이 재개될 경우 우선 재고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정부기관에서라도 다양한 방식의 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호소와 함께 용역노동자들은 혹한의 추위가 도사리고 있는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9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1박 2일 농성을 진행한 데 이어 매일 아침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8일 진행된 대통령 관저 앞 1박 2일 농성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청와대분회 이우석 분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8일 진행된 대통령 관저 앞 1박 2일 농성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청와대분회 이우석 분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일자리 잃고 투쟁에 나서기까지

청와대에서 방호 업무를 맡았던 이우석(37)씨는 관람객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살피는 사람이었다. 경내 시설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파손이나 위험 요소가 없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미남불 등 문화재가 훼손될 위험은 없는지, 관람객이 손대서는 안 되는 곳을 만지지는 않는지도 그의 책임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발자취가 소복이 쌓인 청와대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자부심과 보람을 안겨줬다. 이씨는 “멋진 풍경을 보며 근무할 수 있고정부 행사가 열릴 때는 역사의 한 장면 속에 내가 함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 결정 이후 그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고용에 대한 공지는 없었고 그 사이 직원들은 불안에 몸을 떨었다. 결국 용역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을 끝으로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 기간 동안 생계는 버거웠다. 계약상 고용관계는 유지된다는 이유로 정규 취업은 할 수 없었고 허용된 것은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단기 아르바이트뿐이었다. 이씨는 “요즘은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도 4대 보험을 적용하는데, 결국 하루짜리 단기 일밖에 할 수 없었다”며 “조건을 따져보면 정작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30만원 남짓이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는 2020년 결혼해 내년 자녀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지금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일자리를 잃은 상태에서 아내에게 아이를 갖자고 말할 수가 없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발표를 들었을 때 그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개방된 청와대에서 일하던 용역노동자의 입장에서 현실은 달랐다. 그는 “기본과 상식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일방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가 지켜온 공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지만 그 공간을 지켜온 노동자의 자리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이 현실 앞에서 투쟁을 선택했다. 청와대 방호 노동자 이우석이 아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청와대분회 분회장으로서 세상 앞에 선 것이다.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용 보장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삼보일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br>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용 보장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삼보일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불안이 현실로…추운 겨울에도 거리로 향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청와대를 민간에 개방했다. 개방 초기에는 문화재청이 관람 및 시설 운영을 맡았고 2024년부터 운영 책임은 지난해 문체부로 이관됐다. 문체부는 청와대 개방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청와대재단을 설립했다. 청와대재단은 시설운영, 관람안내에 필요한 상시필수인력 200여명을 직종별로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으로 운영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10일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개방이 중단됐고 지난 8월부터 리모델링과 보안 공사가 진행되면서 용역노동자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청와대재단과 용역업체 간 계약에 따라 고용은 같은 해 12월까지 유지됐지만 올해부터 청와대 사용 용도가 변경되고 계약이 종료되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대통령실 이전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6월 이후 용역노동자들은 고용 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문체부는 물론 대통령실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7월 대통령실에 면담을 요청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노동비서관실과 직접 만났지만 이후 지금까지 구체적인 대안이나 책임 있는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고용 불안을 호소하던 용역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에 가입했다. 전체 200여명 가운데 약 40명이 조합원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해고가 확정된 이후 휴업급여가 종료되고 생계 부담이 커지면서 현재까지 투쟁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조합원은 15~18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생계’를 넘어 일할 권리와 존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은 추운 겨울에도 거리로 나서 고용 보장을 외치고 있다. 용역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대통령실 앞 선전전과 기자회견, 집회는 물론 용산에서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행진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고용 보장의 염원을 전달했다.

관람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돼 청와대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문체부나 국가유산청 등 다른 정부기관에서 공무직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인근 모습. ⓒ투데이신문
지난달 30일 청와대 인근 모습. ⓒ투데이신문

간접고용·일방적 통보…노동자들의 설움

이처럼 생계와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요구 뒤에는 하도급과 용역업체를 통해 책임이 분산되는 ‘간접고용’ 구조의 문제가 놓여 있다.

청와대분회에 따르면 청와대 운영은 문체부와 청와대재단, 민간 용역업체로 이어지는 재하청 구조로 이뤄져 왔다.

이를 두고 용역노동자들은 “재하청 구조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형식의 고용으로 2024년 청와대재단 설립 때도 문제가 있었다”며 “조달청을 통해 1년 단위의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용역업체가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했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청와대재단도 원청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는 청와대재단에 업무를 맡겼다는 이유로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용역근로자보호지침으로 고용을 보장하고 있지만 사업장 자체가 없어지니까 보호지침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법제도 뒤에 숨어서 해고를 정당화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용도가 변경된다는 이유로 직접고용 됐어야 하는 노동자를 해고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용역노동자들은 청와대 이전과 용도 변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으며 이후에도 충분한 협의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지난 8일 진행된 대통령 관저 앞 1박 2일 농성 기자회견에 관계자들이 몸자보를 입고 고용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8일 진행된 대통령 관저 앞 1박 2일 농성 기자회견에 관계자들이 몸자보를 입고 고용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해고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

이들이 1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일부 개방된 청와대 공간의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이가 불가능하다면 외부 기관으로든 고용을 승계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역노동자들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 판단 기준으로 ‘연중 9개월 이상 게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업무가 예상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했는데, 2022년 5월부터 시작된 청와대 개방사업은 이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기관 정규직 정책을 청와대라는 사업장 내로 한정 짓지 말고 정부기관 전체를 보고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무책임하게 용역으로 고용한 것을 이재명 정부가 정부기관으로 고용해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청와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책임 주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결국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분회장은 “현행 노동법을 근거로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해도 자신들은 원청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관련 부서 역시 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부기관의 꼼수 해고를 두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하기도 한 만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고 당사자인 우리를 배제한 채 당사자의 상황과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니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논의를 하려 하지만 법적 한계가 있다면 정무적 판단을 통해서라도 차선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을 맞아 인근에 붙여 있는 현수막. ⓒ투데이신문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을 맞아 인근에 붙여 있는 현수막. ⓒ투데이신문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원칙적으로 지난해 말까지 계약돼 있어 추가 고용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후속 사업이 없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했으나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고 현행 법령상 고용 승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용역노동자 집단해고’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 종료”라며 용어 사용에 대한 정정을 요청했다. 아울러 청와대 용역노동자들과의 추가적인 대화나 제도 개선 절차에 착수할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로서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는 제도적·재정적 한계를 이유로 추가 고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와대 개방 정책의 변화로 일자리를 잃은 해고노동자들의 책임 주체와 해법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계의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은 오늘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