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제주시 용담1동의 서문가구거리. 신구간을 2주가량 앞둔 이사대목에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신구간(新舊間)인데도 주문이 하루에 한 두건도 안 돼요. 신구간 특수는 다 옛말이죠.”
12일 오전 제주시 용담1동의 서문가구거리. 신구간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전통 ‘이사대목’ 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거리가 한산했다. 신구간 맞이 ‘특별 세일’은커녕 월요일 오전임에도 가게문을 닫은 점포가 8곳이나 됐다.
신구간은 제주의 전통 ‘이사철’을 일컫는 말로,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전 3일까지 7~8일 동안 이어진다. 올해 신구간은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인간사를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를 다해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운 신들이 지상에 내려오기 전, 신들이 부재하는 기간에 집을 수리하거나 이사하는 풍습이 예로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이에 매년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계획하는 도민들이 많아 가구점 등도 북새통을 이뤘다. 한 상인은 “신구간 전 20일 장사로 1년을 먹고살았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구간 풍습이 사라져가고, 서문시장 일대가 구도심화되면서 서문가구거리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모두 “신구간 특수는 옛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리 곳곳에는 폐점한 빈 점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일부 점포는 카페와 옷가게 등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엔 서문가구거리 상인연합회의 회장직을 맡았던 가구점까지 문을 닫으면서 상인들 사이 결속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30년 넘게 가구점을 운영해 온 곽모(70)씨는 “문 닫기 직전이지만 가까스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신구간이랑 비교하면 지금은 체감상 손님이 70~80%는 줄어든 것 같다”라며 “1인 가구가 늘면서 가구들도 잘 안 사는 분위기라 이런 소규모 가구 매장들은 사양길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25년째 서문가구거리를 지켜 온 이모(50대)씨도 “15년 전만 해도 신구간에는 새벽까지 배송하고 야근이 일상이었다”라며 “이젠 신구간에 손님이 10% 정도 더 올까 말까 할 정도로 무의미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서문시장 인근에는 주차장이 없는데 도내 외곽지에 대형 매장들이 문을 열면서 가구 종류도 많고 주차장도 있으니 손님들이 그리로 몰리는 것 같다”라며 “10여 년 전 제주도가 가구특화거리로 지정한 뒤로 홍보도 없고 지원도 없이 명목만 유지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마찬가지로 25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윤모(54)씨는 “오는 손님마다 쿠팡이랑 가격 비교를 하는데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으니 속상할 따름”이라며 “손님이 뜸한 가장 큰 영향은 건설경기 악화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건설경기 침체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제주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도내 건설수주액(잠정)은 1280억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69.7% 급감했다.
제주지역 주택경기에 대한 업체들의 기대도를 반영하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 또한 지난해 12월 기준 64.2로 기준선(10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라지는 전통 풍습에 더해 건설·주택경기 악화, 온라인 및 대형매장 확산으로 도내 가구 1번지 서문가구거리를 찾는 손님들이 발걸음은 점점 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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