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에너지 부문 대형 프로젝트와 유럽 지역 수주 확대에 힘입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중심이던 수주 구조가 유럽과 선진국 시장으로 넓어지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지형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한 47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최대 실적이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주액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완만한 회복 흐름을 굳히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년 대비 298% 급증하며 전체 수주의 42.6%를 차지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수주가 반영된 결과로, 중동(25.1%), 북미·태평양(14.3%)을 크게 앞질렀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에너지·플랜트 중심 수주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번 실적 반등의 핵심 배경으로는 수주 지역 다변화와 에너지 인프라 확대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에 편중됐던 해외 수주 지형이 유럽과 선진국 시장으로 확장되며 구조적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린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수주가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신에너지 분야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주를 필두로 유럽 시장에서의 급성장(전년 대비 298% 증가)과 플랜트, 원자력 등 고부가가치 공종으로의 다변화가 이번 실적 견인의 핵심동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현대건설은 지난해 대형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송전·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전 분야에서 해외 수주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의 대형 원전 기본설계 계약, 핀란드 신규 원전 사전업무 계약, 미국 태양광 발전사업, 중동 송전 프로젝트 등은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수주 성과로 평가된다.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등 비경쟁 수주 역시 장기간 축적된 사업 수행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올해는 지난 2024년 설계 계약을 체결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미국 팰리세이즈 SMR-300, 발전 사업권을 확보한 해상풍력 사업 등의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송전 분야에서는 호주 등 신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화공 분야 강점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암모니아 등 신에너지 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 삼성E&A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해 미국 기업과 체결한 저탄소 암모니아 프로젝트 설계·조달·제작(EPF) 계약은 삼성E&A가 신에너지 플랜트를 기반으로 미국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는 교두보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 SAF 플랜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생분해성 플라스틱 플랜트, 인도네시아 친환경 LNG 플랜트 기본설계, 북미 LNG 개념설계, 미국 SAF 기본설계 등을 연이어 수주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도 해외 건설을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주 외교와 금융, AI 모델 지원 등을 연계해 선진국형 해외건설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올해 이후 해외 건설 시장도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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