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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흑백요리사2’ 서바이벌 미션 중 하나인 ‘무한 요리 지옥’에서 셰프들이 보여준 ‘당근’ 활용법이 IT 업계에서도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통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요리계의 영원한 조연인 당근을 주연으로 승화시켰느냐에 따라 셰프들의 탈락 여부가 갈렸다. 실패한 전략은 당근을 기존 요리에 얹는 수준에 그친 경우였다. 반면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는 당근을 면으로 재탄생시켜 텍스처를 재정의했고, 흑수저 요리괴물은 당근의 단맛을 극대화한 디저트로 승부했다. 생존한 셰프들은 당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요리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여준 더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링크드인에 이러한 분석을 올리고 “스타트업에게 가장 잔인한 순간은 핵심 제품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부수적인 기능만 남았을 때”라며 “이 ‘가니쉬’를 어떻게 재정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린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곁가지 기능’을 대체 불가능한 본질로 재정의하며 피봇(사업 전환)에 성공,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슬랙’은 실패한 온라인 게임의 내부 소통 도구였던 채팅 기능을 모든 팀의 업무 필수품인 협업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유튜브’는 반응 없던 영상 데이트 서비스에서 영상 업로드라는 기능적 본질만 남겨 동영상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인스타그램’은 복잡한 위치 기반 체크인 앱에서 이용자가 실제로 선호한 사진 공유와 필터에만 집중해 모바일 SNS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IT 기업 사례로는 ‘토스’와 ‘쿠팡’이 대표적이다. 조 CIO는 “금융의 주류가 예·적금과 대출이던 시절 토스는 ‘송금’이라는 변두리 요소에 집중해 누구나 겪던 송금의 불편함을 최적화해 고객이 몰렸다”며 “쿠팡 역시 새벽배송과 무료반품이라는 물류 서비스(가니쉬)에 사활을 걸어 고객을 강력하게 ‘락인(Lock-in)’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네이버 D2SF가 초기 투자한 ‘노타(Nota) AI’가 대표적이다. 초기 사업 모델인 ‘오타 방지 키보드 앱’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앱을 가볍게 돌리기 위해 개발했던 ‘AI 경량화 기술’이라는 가니쉬를 메인 요리로 내세워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했다.
AI 파고 속 ‘당근 지옥’ 같은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기존 레시피를 고집하는 곳이 아니라 손에 남은 작은 당근 조각에서 ‘이것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조 CIO는 “모바일 없는 인스타그램을 상상할 수 없고, 우버는 스마트폰 없이 작동할 수 없듯 ‘우리는 AI를 활용해 XX를 하는 회사다’라는 설명은 가장 피해야 할 문장”이라며 “그 문장에서 ‘AI’라는 단어를 뺐을 때 사업 모델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문장이 통째로 붕괴 될 만큼 기술과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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