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예견된 실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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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예견된 실패, 왜?

일요시사 2026-01-12 15:04: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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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서울시와 함께 시범 운영해 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본사업으로 잇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정책은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맞벌이 가구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도입을 시도했지만, 운영 구조의 한계를 넘지 못한 모양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저출생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가정 내 아이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부담이 출산과 양육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바탕이 됐다.

강남 이모님

서울시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합법적으로 도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미 외국인 가사 인력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월 100만원대 가사관리사’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시범사업은 2024년 9월부터 시작됐다.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100명이 비숙련 취업비자(E-9)를 받아 입국해 가정 내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케어기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산모·아동·노인 돌봄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인력들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국내에 체류하며 근로자로 일했다.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이 의무였다.

운영 방식은 민간업체 위탁 형태였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했고, 이용 가정은 시간당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등·하원 차량 동행이나 야간 돌봄 등은 제한됐고, 근무 시간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이용 대상은 서울 거주 가구로, 신청 가구가 많을 경우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시범 운영 1년 만에 본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정부는 “외국 인력 도입 여건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추진 중단 결정에는 고용허가제 전체 기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26년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 쿼터를 올해 13만명에서 8만명으로 38% 줄였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외국인력 수요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빈 일자리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이 고용허가제 틀 안에서 운영됐던 만큼, 전체 쿼터 축소 기조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현장에서는 “예견된 실패였다”며 혀를 찼다. 이미 한계가 분명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돌봄 부담 해소 취지 출발
1년 만에 결국 사업 철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돌봄 비용을 낮추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이용 가정의 만족도 자체는 높았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 가정의 만족도는 80~90%대에 달했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역시 상당수가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답했다. 문제는 실제 이용 가정의 상당수는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고소득 맞벌이 가구’라는 점이다.

실제 이용 가정의 소득 분포를 보면 부부 합산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가구가 70%를 넘었다. 거주 지역도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권에 집중됐다.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결국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전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요금이 오르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해졌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갖는다.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이 의무다. 여기에 근무 기간이 1년을 넘기면 퇴직금까지 발생한다.

시범사업이 연장되면서 퇴직금과 운영비가 반영돼 시간당 이용 요금은 1만394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0% 올랐다. 주 40시간 기준 월 이용 요금은 약 300만원에 육박한다. 평균적인 벌이 수준을 가지고 있는 가구 입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이용 가정들 사이에서 이들은 ‘필리핀 이모님’이 아닌 ‘강남 이모님’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맞벌이 가구 입장에서는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었다.

당초 ‘저렴한 돌봄’이라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비용 부담 탓에 서울 외 지역에서의 수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수요 조사 결과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희망자는 각 지자체별로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자체들이 본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확대를 전제로 한 본사업 공모에는 지자체의 신청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용 월 300만원 육박
용두사미 저출생 해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비단 비용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애초 사업 취지는 아동·임산부 돌봄이 주요 업무지만, 실제로는 청소·세탁·설거지 등 가사노동 비중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반려동물 산책 등 당초 취지와 거리가 있는 업무까지 요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돌봄 업무 수행’을 원칙으로 하되 ‘부수적인 가벼운 집안일’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확대 해석되면서 업무 경계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 전에 불이익을 우려해야 하는 구조 역시 외국인 노동자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신분 불안정 문제도 지적됐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계약이 종료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하면 곧바로 자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실제 근무 인원이 줄어든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당 사업을 단순한 성공·실패의 문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와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문제를 중장기적인 사회 구조 변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실패로 인정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성공과 실패로 단정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1년여의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매우 저렴한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은 국제적 위상이나 노동 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시행 초기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단기적인 저출생 대책으로만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장기적인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노동력을 단기적 보완 수단으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의 노동력 부족을 채워나가는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한계

이어 “홍콩,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사례가 축적돼있다”며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 나갈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 문제”라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계기로 외국 인력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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