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을 샀는데 집에서 구워보면 퍽퍽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 조절이나 굽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고르는 단계에서 이미 식감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삼겹살은 같은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돼지 몸에서 잘려 나온 위치에 따라 질감과 육즙이 크게 달라진다. 이 구조를 모르고 색깔이나 윤기만 보고 고르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삼겹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삼겹살은 고기와 지방이 세 겹으로 이어진 부위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 세 겹 구조는 위아래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등 쪽에 가까운 위쪽 삼겹살은 살코기 두께가 일정하고 지방층이 비교적 넉넉하게 유지된다. 반면 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고기는 얇아지고 지방층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아래쪽 끝자락이 흔히 미추리로 불리는 부위다. 미추리는 삼겹살로 함께 묶여 유통되지만, 씹을수록 수분이 빨리 빠지고 식감이 거칠어지는 특성이 있다.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해 이름과 얼굴을 더욱 널리 알린 임성근 셰프 등에 따르면 이 차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기준이 바로 '오돌뼈'다. 삼겹살 단면을 보면 길쭉하거나 타원형으로 박혀 있는 작은 연골 조각이 보이는데, 이것이 오돌뼈다. 오돌뼈는 돼지 갈비 연골의 일부로, 삼겹살 중에서도 위쪽에 가까운 부위에서 더 크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아래쪽으로 갈수록 이 연골은 점점 작아지거나 아예 사라진다.
오돌뼈가 크고 또렷한 삼겹살은 고기층이 충분히 두껍고, 지방과 살코기의 분포가 안정적이다. 불판에 올렸을 때 지방이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고 고기 내부에 수분이 유지돼 씹을 때 부드러운 식감이 남는다. 반면 오돌뼈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삼겹살은 아래쪽에서 잘린 경우가 많고, 굽는 과정에서 수분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같은 두께로 썰려 있어도 먹었을 때 퍽퍽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겹살 오돌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이미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많은 소비자는 여전히 삼겹살을 고를 때 육색과 윤기를 가장 먼저 본다. 연분홍색에서 옅은 선홍색을 띠고 표면이 촉촉하면 신선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회색빛이 돌거나 지나치게 붉은 색을 띠면 오래됐거나 질길 것이라 생각해 피한다. 지방 역시 뽀얀 흰색을 선호하고, 누렇거나 물러 보이면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여긴다. 이런 기준은 신선도를 가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부드러움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비계와 살코기 비율도 흔히 보는 요소다. 살코기와 지방이 7대 3 정도로 섞인 삼겹살을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에서도 지방이 과하게 많은 삼겹살보다는 비교적 지방이 적은 허리 쪽 삼겹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지방이 한쪽에 뭉친 떡지방보다는 결을 따라 고르게 퍼진 지방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인식도 강하다.
돼지 부위별 명칭.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하지만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해도 오돌뼈 위치를 놓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겉보기에는 윤기 있고 균형 잡혀 보여도, 아래쪽에서 잘린 삼겹살은 구조적으로 부드러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삼겹살을 고를 때 단면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연골이 또렷하게 보이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신선도 확인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거의 냄새가 없거나 약간 고소한 향이 나면 정상으로 볼 수 있다. 시큼하거나 비린 냄새가 느껴지면 바로 피하는 것이 맞다. 포장 안에 물이 과도하게 고여 있거나 표면이 점액처럼 끈적거리면 유통 과정에서 시간이 꽤 지난 고기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조건을 모두 통과한 고기라도, 위치가 아래쪽이면 식감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삼겹살 고르는 주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결국 삼겹살을 고를 때 가장 효율적인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색깔과 윤기를 확인한 뒤, 단면에서 오돌뼈가 크고 선명한지 살피고, 고기와 지방이 고르게 분포된 위쪽 부위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기억해도 집에서도 고깃집처럼 부드러운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이 순서만 지켜도 집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의 만족도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고깃집에서 느끼던 부드러움은 조리 기술보다, 정육 단계에서 이미 결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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