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전문가·공무원 “인종차별 국제조약, 한국선 사실상 ‘사문화’…3권 의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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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전문가·공무원 “인종차별 국제조약, 한국선 사실상 ‘사문화’…3권 의지 없어”

투데이신문 2026-01-12 13:53: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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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우리나라의 국제인권조약 이행이 지체되는 원인으로 행정부·사법부·입법부의 ‘이행 의지 부족’을 지목했다. 

12일 인권위가 공개한 ‘인종차별철폐협약 권고 이행 현황 분석 및 이행 강화 방안’에 따르면,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정부 부처 간 조율·통합 관리체계 미비 ▲재판 과정에서 국제인권규범의 제한적 인정 ▲국제인권조약 이행을 위한 포괄적 법률 부재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는 UN이 1965년 인종차별철폐협약을 채택한 뒤 가입 당사국에 협약의 정기적인 국내 이행 조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데서 시작됐다. 한국은 1978년부터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도 독립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보고서를 심의하고 정부에 대한 권고를 ‘최종견해’ 형태로 발표한다.

보고서는 최근 20년간 위원회 최종견해를 분석하고 국내 이주민·난민 관련 법·정책·제도의 이행 현황을 통계와 사례, 실태 자료로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국내 이행의 걸림돌’과 ‘일반논평·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모니터링 및 개선방안’은 국내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7~8월 인종차별·인권 및 이주민·난민 분야 연구자·활동가 27명을 대상으로 서술형 전문가 설문을 실시해 21명의 응답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8~9월에는 3개 정부기관의 5급 이상 공무원 5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협약 이행의 걸림돌과 모니터링·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막는 일반 요인으로 ‘정부의 이행 의지 부족’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다음으로는 헌법의 형식적 적용과 법적 구속력 약화, 부처 간 조율 부재 및 통합 관리체계 미비, 제도적 기반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이주인권단체연합 회원들이 2024년 3월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4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인종 차별 현수막을 찢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주인권단체연합 회원들이 2024년 3월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4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인종차별 현수막을 찢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헌법 제6조 제1항은 국제협약 등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법절차에서는 국제인권규범이 재판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해당 조항이 ‘국제법규가 국내법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국내법 우선 논리가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협약이 사문화되는 효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의 소극적 태도에도 지적이 나왔다. 한 전문가는 “법원은 국제인권조약 및 조약기구의 해석이 지닌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며 “일부 예외적인 판결을 제외하면 국제인권규범을 법원이 직접적인 재판규범으로 원용한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입법부의 법률 공백과 행정부의 분산된 업무 구조 역시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국제인권조약이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통합적 이행 법률 부재 이행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음에도 조정 기제가 취약한 제도적 기반이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혔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특정 종교·문화적 세계관이 과대표되는 ‘국민정서’가 국제인권조약 이행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한 전문가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모범국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나 국제 인권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대중의 관심이 국내 정치·경제 이슈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가한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인적 및 재정적 지원과 법적 근거 부족’, ‘부처 간 협력 및 소통 부족’ 등을 걸림돌 요소로 언급했다. 국제인권협약 업무는 대부분 1~2명의 소규모 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단기적 행정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장기적 이행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 공무원은 “예산 편성이 1년 전에 이뤄져야 하고 예산 전용 시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 대응이 어렵다”며 예산 편성의 경직성을 꼬집었다.

이들 전문가들은 걸림돌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제도적 기반 강화(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교육 및 인식 개선’, ‘거버넌스 및 이행체계’ 등을 언급했다. 공무원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조직·제도 기반 강화’, ‘실무자 중심의 실행력 강화’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인종차별을 직접 금지하는 포괄적 법률이 부재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개별 법률의 차별금지 조항은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실효성이 낮다”며 “직간접적 차별, 괴롭힘, 분리를 포함한 명확한 정의와 실효성 있는 구제 절차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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