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성장 41번 외친 정부…반도체·AI 승부수, 구조개혁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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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성장 41번 외친 정부…반도체·AI 승부수, 구조개혁은 숙제

폴리뉴스 2026-01-12 13:44:41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성장'이었다. 무려 41차례 등장하며, 국민·평화·민생·통합 같은 다른 핵심 키워드를 압도했다.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 성장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부가 기존의 '경제정책방향'이라는 명칭을 '경제성장전략'으로 바꾼 것 역시 이러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성장률 2% 달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3%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 후반대에 머무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3%대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부양을 넘어 산업 구조와 생산성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략의 핵심은 분명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 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이를 성장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방산, 바이오, 문화콘텐츠, 녹색전환(GX)까지 더해 '신성장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한다. 총지출 규모는 지난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에서 올해 727조9000억원으로 8% 이상 늘어난다.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 공급도 약 20조원가량 확대된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산업 육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마중물' 성격의 자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민성장펀드다.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 AI에 6조원, 반도체에 4조2000억원, 모빌리티에 3조1000억원, 바이오·백신에 2조3000억원, 이차전지에 1조6000억원, 미디어·콘텐츠에 1조원, 항공우주·방산에 7000억원, 수소·연료전지에 600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정 산업에 편중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을 다각도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정부는 'AI 고속도로' 구축도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연내 착공하기 위해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민간 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조기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해 AI 산업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녹색 대전환(GX) 역시 성장 전략의 한 축이다. 정부는 전력·산업·수송·건물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 K-GX 전략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향후 10년간 대규모 재정 투자를 추진한다. 탄소 감축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그린 성장' 모델이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도 강조됐다. 올해 R&D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9% 늘었고, 정부 총지출 대비 R&D 비중을 현재 4.9%에서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단기 경기 대응을 넘어 기술 기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도 포함됐다. 중소·중견기업 시설투자 자금은 31조4000억원으로 늘리고, 전체 시설투자 자금 공급 규모는 역대 최대인 54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수출 바우처 예산도 대폭 늘리고, 온라인 수출 바우처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지역 균형 발전도 성장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지방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지방 투자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패키지 지원을 강화한다. 글로벌 기업이 비수도권에 투자할 경우 현금 지원 비율을 상향하고,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도 지역 낙후도에 따라 확대한다.

여기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소규모 사업장 안전 설비 지원 비율 상향 등 '안전 기반 성장' 정책도 함께 담겼다. 성장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투자와 재정 확대 중심의 성장 전략과 달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 부문에서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부는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구조개혁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이 원론적 수준의 방향 제시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기업 규모별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연금 개혁 필요성 언급 등은 과거 정책 발표에서도 반복돼 왔던 내용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이 빠져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 고갈이 예고된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구조 조정 같은 민감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문제 역시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와 재정 확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라는 평가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전략이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산업 육성을 분리해 설계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본다. 특히 잠재성장률 문제를 기술 혁신과 산업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장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성장의 '질'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역시 구조개혁과 직결된다. 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고용, 노후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비와 출산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종합하면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반도체·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확장 재정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경기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규제 혁신,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편 같은 구조개혁 과제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성장 전략은 '재정과 투자 중심 처방'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외친 만큼, 앞으로는 구조개혁이라는 단어가 실제 정책으로 얼마나 실현되는지가 새 정부 경제 정책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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