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금감원 ‘이례적 침묵’에 ‘정치적 눈치 보기’ 비판 고조
3월 주총 최대 변수… 중징계 시 '해임권고' 및 국민연금 등 표심 이탈 가능성
[포인트경제]
영풍∙MBK와 고려아연 CI (포인트경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분쟁이 제2라운드인 ‘법리 전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가 경영권 향배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 회장을 겨냥한 사법 리스크가 주주들의 표심을 흔들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사기관과 감독당국의 조사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그니오 고가 인수’ 의혹… 미국 법원 “증거 제출하라”
최 회장이 직면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2022년 단행한 미국 폐기물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이다. 고려아연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이그니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했으나, 초기 투자자들이 1년 반 만에 100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한 사실이 알려지며 ‘깜깜이 고가 매수’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법원은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고려아연 측의 증거제출 중단 요청(집행정지)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그니오 투자 의혹과 관련된 미국 내 증거수집 절차는 항소심 진행 중에도 계속되게 됐다. 영풍 측은 “미국 법원의 결정은 우리의 증거수집 요청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규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이그니오 홀딩스 사무실 사진. 이그니오 간판은 보이지 않고, 방 하나에 페달포인트 로고가 붙어있다. (2024.10.22)
고려아연 측은 이그니오 인수가 "자원순환 사업의 전략적 거점 확보를 위한 정당한 투자"였으며, 자사주 매입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경영권 방어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변칙 순환출자 등 ‘사법 리스크’ 산더미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라 인척 관계를 이용한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해외 계열사(SMC)를 동원한 우회 순환출자 논란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2025년 1월 임시주총을 앞두고 형성된 순환출자 구조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규정을 탈법적으로 우회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주당 89만 원이라는 고가에 자사주를 매입해 회사에 6800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한 여론 조작 의혹까지 더해진 상태다.
2024년 11월 1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금감원 감리 장기화… “시장 불확실성만 키워”
수사기관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행보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금감원은 이그니오 인수 관련 회계 처리를 1년 넘게 들여다보고 있다. 외부감사법 개정안에 따른 ‘감리 조사 1년 원칙’을 초과한 장기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치적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날 선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사가 길어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이 입고 있다”며 “3월 주총에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당국의 명확한 결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월 주총, ‘중징계’ 나오면 연임 사실상 불가능
만약 주총 전 금감원으로부터 ‘해임 권고’나 ‘직무 정지’ 등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빨간불’이 켜진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이사 후보의 법규 위반 이력을 의결권 행사의 핵심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나 글래스루이스 역시 사법적 제재 이력이 있는 인물에 대해 엄격한 ‘반대’ 권고를 내리는 추세다.
결국 검찰의 기소 여부와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3월 고려아연 주총의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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