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경쟁으로 바뀐 KDDX 판, 한화오션 동일 출발선이 손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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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경쟁으로 바뀐 KDDX 판, 한화오션 동일 출발선이 손해 아닌 이유

폴리뉴스 2026-01-12 10:12:37 신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한화오션의 수상함 함정모형. 사진=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한화오션의 수상함 함정모형. 사진=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이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사업의 무게중심은 '설계 연속성 논쟁'에서 '경쟁 조건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된 만큼, 이번 입찰은 단순한 기술 비교를 넘어 제도·평가 환경이 어느 쪽에 더 우호적인지를 가늠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은 우선 절차적 측면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KDDX 사업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수의계약 가능성 여부였고, 이 경우 기본설계 수행사가 자연스럽게 후속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이 지명경쟁을 선택하면서, 설계 이력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경쟁입찰이라는 틀이 고정된 이상, 과거 수행 실적보다도 평가 기준 전반이 결과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평가 항목 중 '비기술적 변수'다. 경쟁입찰에서는 보안 관리 이력, 사업 이행 과정에서의 신뢰성, 과거 논란 여부 등이 정량·정성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소는 단기간에 만회하기 어려운 성격을 띠는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 요인이 적은 사업자가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출발선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한화오션은 제안 전략을 다변화할 여지가 있다. KDDX는 단순 선체 건조 사업이 아니라 전투체계, 센서, 통합운용 능력까지 포괄하는 복합 플랫폼 사업에 가깝다. 한화오션은 그룹 차원의 방산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설계·건조·체계 통합·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제안을 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가격 경쟁력과는 별개로, 사업 안정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평가자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이 조건이 곧바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적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고, 대형 수상함 건조 경험 역시 여전히 중요한 비교 요소다.

다만 이번 KDDX 입찰은 '누가 더 익숙한가'보다 '누가 현재의 평가 구조에 더 적합한가'를 묻는 경쟁에 가깝다. 그 점에서 보면, 경쟁입찰 전환이라는 환경 변화 자체가 한화오션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은 충분히 성립한다.

결국 이번 KDDX 경쟁의 핵심은 어느 한쪽의 압도적 우위가 아니라, 경쟁 구도가 어떻게 설계됐는가에 있다. 지명경쟁이라는 틀, 평가 항목의 구성, 정책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발주처의 선택이 맞물리면서, 한화오션은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결과는 아직 열려 있지만, 최소한 "판이 바뀌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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