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이 쌓아온 100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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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이 쌓아온 100년의 시간

맨 노블레스 2026-01-12 10:04: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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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루어에 위치한 B&O 팩토리 쇼룸 전경.

100년의 집념

지난 11월, 뱅앤올룹슨 100년의 발자취를 톺아보기 위해 덴마크 서부 스트루어로 향했다. 인구가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그곳은 모든 소음을 삼킨 듯 평온했다. 뱅앤올룹슨(이하 B&O) 태생지로 지금도 이곳에서는 ‘뱅앤올룹슨의 소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B&O는 라디오에 매료된 두 젊은 엔지니어, 피터 뱅과 스벤드 올룹슨으로부터 시작됐다. 가업인 농장을 잇는 대신 엔지니어의 길을 택한 스벤드는 오르후스 공대를 졸업한 뒤 자신의 집 부엌으로 친구 피터 뱅을 불러 말했다. “여기서 라디오를 만들 수 있을까?” 부엌은 곧 라디오 제작을 위한 실험실이 되었다. 두 사람의 모험은 작은 농가를 넘어 도시 전체로 확장됐고, 스트루어는 B&O의 철학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B&O의 제품으로 꾸민 공간. 시어터 룸, 방, 거실, 부엌 곳곳에 설치해 각 제품의 다양한 기능과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
피터 뱅의 농가. 두 창립자는 이곳 부엌을 라디오 실험실로 사용했다.
B&O 제품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공간.

B&O가 100년간 지켜온 가치도 견고하다. ‘최고만을 만들겠다는 멈추지 않는 의지(A never failing will to create only the best).’CEO 크리스티안 티어(Kristian Te¨ar)는 1925년 창립자가 남긴 이 문장이 지난 100년을 지탱해온 철학이자 다음 100년을 이끌 ‘북극성’이라고 말한다. “유리 도어가 열리고 닫히며 여섯 장의 CD를 재생하는 베오사운드 9000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방식이었죠. 모듈형 벽걸이 스피커 베오사운드 쉐이프도 그렇고요. B&O가 추구하는 가치는 아주 명확합니다. ‘럭셔리’, ‘타임리스’, ‘기술’”. 여기서 그가 말하는 럭셔리는 값비싼 물건이 아니다. 영속 가능한 제품이고, 사용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2년, 노트북은 3년이면 성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시계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B&O는 1970년대부터 접착제를 쓰지 않고 나사만을 사용하는 모듈형 구조를 고집해왔다. 제품을 분해해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리밍 모듈은 나사 2개만 풀면 교체가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모듈만 바꾸면 또다시 10년을 사용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티어는 한 고객의 비화를 들려주며, 이 철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몇년 전, 프랑스 고객 한 분이 1990년대 중반 베오사운드 9000을 처음 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첫 월급으로 구매한 제품이었고, 32년 동안 거실 한가운데에 자리했다고 했죠. 그러다 몇 년 전 고장이 났는데, 웹사이트에서 ‘인증 클래식 프로그램’을 발견해 복원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보내왔어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그림입니다. 사람들이 B&O 제품을 10년, 20년 그 이상 사용하길 원합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럭셔리’입니다.” 이처럼 B&O가 강조하는 것은 최신 기술을 좇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technology)은 시간을 초월(timeless)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며, 그 지속가능성이 바로 B&O가 정의하는 럭셔리(luxury)다.

베오랩 90의 알루미늄 프레임을 제작 과정. 타원형 알루미늄을 특수 제작한 기계를 통해 팽창시키고 구부려 용접선이 없는 프레임을 완성한다.
B&O는 독자적 기술을 사용해 알루미늄 표면에 산화층을 형성, 매끄러운 광택과 내구성을 만들어낸다.

유일무이한 걸작

B&O의 유산은 기술과 디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크리스티안 티어가 “B&O의 100년은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증거”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B&O 공장을 방문했을 때 투어를 이끈 31년 경력의 직원 역시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B&O와 사랑에 빠지면 평생 머물고, 아니면 ‘이 사람들 정말 미쳤구나’라며 떠나죠. 우리가 많은 일을 ‘다르게 생각(We think differently, 1960년대 슬로건)’하기 때문이에요.” 그가 예로 꼽은 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 구조다. 하나의 과제가 주어지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첫 단계부터 서로 머리를 맞댄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에 애착이 강해 품질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타협하길 원해요. 결국 성능 저하로 이어지죠. 그래서 함께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엔지니어도 점점 더 대담해지죠. 그리고 우리는 디자인 단계에 반년을 쏟습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이미 엔지니어링 문제까지 모두 해결된 상태죠. 그 순간, 최고를 담아낸 결과물이 탄생하는 겁니다.” 창의적 디자인과 혁신적 기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공작새 꼬리가 좌우 대칭으로 펼쳐지고 접히는 모습에서 영감받아 만든 ‘베오비전 하모니’ 같은 제품이 대표적 예다. B&O의 상징적 소재인 알루미늄을 다루는 방식과 컬러를 입히는 방식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존 가능한 최고 순도(99.99%)의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0.02mm의 오차도, 마이크로 단위의 먼지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검열 과정을 반복하며, 빛이 흐르는 듯한 무결점 알루미늄을 만들어낸다. 염색 단계에서도 통념을 거부한다. 대부분 회사가 사용하는 딥 컬러(dip color, 탱크 안에 염료를 채우고 부품을 담그는 방식)는 균일한 색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스프레이 기반의 염색법을 개발했다. 즉 유일무이한 작품은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의 또 다른 자부심은 비스포크 서비스다. 2025년에 론칭한 서비스는 B&O의 철학을 극단까지 확장한 영역이다. 선택 가능한 조합만 50만 가지가 넘는다. “한 고객은 집 마당에 있는 자작나무로 스피커의 격자 패널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직접 나무를 베어 그 사람만을 위한 스피커를 만들었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브랜드는 B&O뿐 입니다.” 크리스티안 티어의 말대로 B&O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을 현실로 펼쳐 보이고 있으며, 티어는 새로운 소재 실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대리석 브랜드 ‘안토리니’와 협업해 1mm 두께의 고급 대리석을 스피커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빛을 통과시키는 투명 대리석도 만들 수 있고요. 심지어 100만 년 된, 석화된 나무로 만든 그릴 도 있습니다. 모든 실험은 고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죠.” 스트루어에서 B&O 100년의 조각조각을 채집하다 보니 1925년에 쓰인 그 철학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최고를 향한 의지,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노력. 이 집념은 다음 세기에도 유효할 것이다.

로열 덴마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B&O 100주년 파티 현장.
로열 덴마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B&O 100주년 파티 현장.
디너 테이블은 턴테이블 베오그램 4000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했다.
베오그램 4000을 포함한 뱅앤올룹슨의 클래식 레코드로 구성된 라이브 DJ 세션.
뱅앤올룹슨 CEO 크리스티안 티어.

< THE B&O TIMELINE >

1925 | ELIMINATOR

B&O의 출발점. 배터리 없이 라디오를 구동할 수 있게 만든 전원 장치.

1929 | THE FIVE-LAMPER

전력망에서 직접 전원을 공급받는 최초의 라디오 제품. 당시로서는 혁명적・기술적 도약이었으며, 이후 B&O 음향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1934 | HYPERBO 5RG STEEL

피터 뱅의 바우하우스 책상에서 착안해 제작한 라디오. 강철 프레임과 유려한 조형을 결합해 전에 없는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1938 | BEOLIT 39

‘Beo’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모델. 자동차 디자이너 해리 얼의‘Buick Y-Job’ 모델에서 영감받아 스피커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스케일 표시부는 계기반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1958 | THE MODULAR SYSTEM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폴 헤닝센의 혹독한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뒤 덴마크 최고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파트너가 이브 파비안센이었으며, 그의 모듈 시스템은 실용적 디자인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4 | BEOMASTER 900

트랜지스터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모델로, 전원을 켜는 즉시 작동한다.

1967 | BEOLAB 5000

슬라이드 룰(slipstick)식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모델. 디자이너 야콥 옌센과 그의 보조였던 데이비드 루이스가 B&O에서 맡은 첫 작업이다.

1972 | BEOGRAM 4000

회전축을 혁신적으로 바꾼 레디얼-트래킹 턴테이블.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품이다. 알루미늄 표면, 부유하는 듯한 암 구조, 정교한 제어 시스템을 통해 레코드 9788형적 기준을 새롭게 정의했다.

1978 | MOMA

뉴욕 MoMA는 B&O 특별 전시를 개최, B&O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했다.

1996 | BEOSOUND 9000

음악이 보이고, 들리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 속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 그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한 CD 플레이어.

2003 | BEOLAB 5

공간의 음향 특성을 실시간 분석해 스스로 사운드를 조정하며, 스피커 위치나 청취자 위치에 관계없이 동일한 음질을 구현하는 지능형 스피커.

2025 | BEOSOUND PREMIERE

브랜드의 100년 헤리티지를 집약한 신제품. B&O가 새롭게 선보인 특허 기술 ‘와이드 스테이지 테크놀로지TM(Wide Stage TechnologyTM)’를 탑재해 어떤 공간에서도 깊은 몰입감과 입체적 사운드를 구현한다.

에디터 이도연 사진 제공 뱅앤올룹슨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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