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산업을 둘러싼 구조적 위기가 투자 시장의 방향도 바꾸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가 ‘원두 없는 대체커피’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프리A 투자를 단행했다.
더벤처스는 원두 없는 대체커피 브랜드 ‘산스(SANS)’를 운영하는 웨이크(대표 김경훈)에 프리A 라운드 투자를 집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더벤처스를 포함해 신세계그룹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배경에는 전 세계 커피 산업이 맞닥뜨린 환경 변화가 있다. 더벤처스는 기후 변화로 최근 5년간 주요 커피벨트 생산량이 31% 감소했고, 원두 가격이 5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커피 공급 구조 전반이 불안정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웨이크가 개발한 ‘산스’는 원두를 사용하지 않고도 커피 특유의 향과 바디감을 구현하는 대체커피다. 대추씨와 치커리 뿌리 등 12가지 지속가능한 천연 원료를 기반으로 커피 향미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재현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 한국 전통 발효 공법을 결합해 기존 디카페인 커피가 안고 있던 풍미 저하와 잔여 카페인 문제를 동시에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시장 반응도 확인됐다. 산스는 세계적인 바리스타 챔피언들로부터 커피 맛뿐 아니라 묵직한 바디감까지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페셜티 커피에 준하는 향미 경쟁력을 입증했다.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커피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일정 부분 답을 내놓은 셈이다.
운영 효율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웨이크는 바리스타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3초 내 추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방식으로 기존 커피 매장 대비 재료비와 인건비를 약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인력난과 고정비 부담이 커진 외식·카페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경쟁 요소다.
환경 지표 역시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산스는 기존 원두 커피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60% 이상 줄였고, 물 사용량도 76%까지 감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SG가 소비자 선택과 기업 전략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단순한 친환경 메시지를 넘어 수치로 설명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더벤처스 황성현 심사역은 “웨이크는 맛 구현 기술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 수준의 품질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팀”이라며 “대체커피가 선택지가 아닌 필수로 논의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웨이크는 국내에서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익선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신세계 강남 스위트파크, 고양 스타필드 등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현재 미국, 중국,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 해외 매체의 조명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김경훈 웨이크 대표는 “초기 기업 육성에 강점을 가진 더벤처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2026년 북미 온라인 직거래 채널을 중심으로 매출 200억 원 달성과 뉴욕 현지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체커피 시장 전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소비자 인식 전환, 원가 구조의 장기적 안정성, 글로벌 유통망 확장 과정에서의 검증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원두 없는 커피가 일시적 대안에 그칠지, 커피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웨이크를 포함한 관련 기업들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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