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안했는데 갑자기 왜?', 의문이 들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여전히 회사측은 전투함·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MSRA 준비와 실제 사업 진출을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여러 자격증을 따놓는 이른바 '스펙 쌓기'를 연상시킨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일찌감치 방산 사업에 뛰어들며 '쾌재를 부를 때' 삼성중공업은 묵묵히 본업에 충실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MSRA 준비에 나섰다는 소식이 생뚱맞다는 느낌이 없을 수 없다.
MSRA는 어떤 자격인가? 미 해군 MRO 입찰의 최소 조건이다.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가 민간 조선소와 체결하는 협약으로, 미 해군 함정·전투함 MRO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자격 요건이다.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으로, 기본 자격 심사부터 시설·품질·기술 실사, 보안·재무 심사 등 검증에 약 1년이 소요된다. 국제 방산 MRO 시장에서 기술력과 보안 역량, 신뢰도에 대한 공식 인증서로 통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왜 준비만 하나' '지금은 안 하지만,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방산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MSRA가 필요 없는 비전투함 MRO만 제한적으로 수행 중이다. MRO 사업 비중 역시 전체 매출에서 크지 않다.
그럼에도 MSRA 준비에 나선 배경에는 경쟁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경쟁업체가 미 해군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쌓는 가운데,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미 MSRA 자격을 취득해 미 해군의 MRO 사업을 수주 중이며, HJ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도 이 인증을 따내기 위한 작업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중공업만 이 자격 인증을 받지 않고 있으면 향후 입찰 사업이나 사업 협력, 경쟁력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업 확장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를 남겨두는 대비책으로 해석한다. 시쳇말로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다. 당장 전투함 MRO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미 해군에 공식 역량 인증이라는 점에서 미국 발주처 확대나 고부가 해양 사업 수주 과정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NG 운반선, FLNG 등 삼성중공업의 주력 사업에서 미국 발주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식 인증'의 상징성은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삼성중공업은 방산을 일단 '못 하는 사업'이 아닌 '안 하는 사업'으로 남겨 놓았다. 삼성중공업의 MSRA 준비는 당장 전투함 MRO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다. 글로벌 조선·MRO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확보, 즉 전략적 여지를 남기는 선택에 가깝다. 스펙은 쌓는 데 힘이 들긴 하지만 없는 것 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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