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한소희와 전종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두 배우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영화 ‘프로젝트 Y’가 15일 국내에서 언론 배급시사회를 갖고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강남 유흥가를 배경으로 80억 금괴를 훔치려는 두 여성의 강렬한 욕망을 그리는 ‘여성 누와르’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프로젝트 Y’는 여성 서사라는 화려한 포장지만 남았을 뿐, 알맹이는 여전히 여성 캐릭터를 도구화하고 착취하는 전형적인 남성 누와르의 문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 서사의 외피를 두른 ‘불행 포르노’의 재림
이러한 한계는 이환 감독의 전작들을 복기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보여주었듯, 감독은 줄곧 소외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그 방식은 언제나 문제적이었다. 캐릭터의 주체적 성장이나 연대보다는 그들이 겪는 끔찍한 폭력과 불행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며 관객의 불쾌감을 자극하는 ‘불행 포르노’적 연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Y’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을 제외한 영화 속 대다수 여성은 그저 서사를 위해 소모되고 버려지는 평면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특히 홍보 과정에서 주요 배역으로 강조되었던 하경(유아) 캐릭터는 배신감이 들 정도로 무력하다. 영화의 메인 빌런인 토사장(김성철)의 아내이자 사건의 핵심 정보를 쥔 인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영화 속 하경은 주인공들에게 돈의 행방을 알려주는 ‘정보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성의 없는 방식으로 정보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 후 남성 누와르에서 흔히 보아온 ‘끔찍하게 희생당하는 여성 피해자’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며 화면 밖으로 퇴장한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예고했던 황소(정영주) 캐릭터 역시 실망스럽긴 매한가지다. 토사장의 해결사로 등장하지만, 깃을 세운 가죽 코트와 삭발 헤어스타일 같은 비주얼은 세련된 누와르라기보다 90년대 홍콩 영화를 조악하게 흉내 낸 듯한 촌스러움을 풍긴다. 비주얼의 과잉은 캐릭터의 입체감을 지웠고, 압도적인 카리스마 대신 실소를 자아내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패착은 최가영(김신록) 캐릭터다. 미선과 도경의 엄마로 설정된 그녀의 돌발 행동은 극의 개연성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영화는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과 행보를, 영화는 미선과 도경의 눈물 등으로 ‘자식들을 위한 희생’으로 포장하려 애쓰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민폐’로만 읽힐 뿐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엄마의 희생’이라는 설정으로, 여성의 강렬한 욕망을 외치던 영화는 결국 ‘여성이라면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는 낡은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둬버린다. 이 어설픈 캐릭터 설정 탓에 김신록이라는 뛰어난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력조차 공허한 외침으로 들려 안타까움마저 자아낸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결국 ‘프로젝트 Y’는 여성 두 명을 주인공으로 앉혀놓았을 뿐, 여성의 시선이나 고찰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비주얼만 화려하고 서사는 빈약하다”, “예측 가능한 클리셰의 반복”이라는 혹평들은 이 영화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욕망과 배신이라는 키워드조차 낡은 연출 속에 매몰되었으며, 여성 캐릭터를 향한 가학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그레이 음악 감독의 세련된 음악조차 이 영화의 구시대적 설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환 감독의 변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 활용법’에 질린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는 110분의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