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크라멘토의 기후 역습: 현대차 등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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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라멘토의 기후 역습: 현대차 등 타격 불가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12 05:5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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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미 캘리포니아주 수도인 사크라멘토에서 쏘아 올린 '기후 공시'라는 화살이 태평양을 건너 글로벌 기업들의 이사회실을 정조준했다. 개빈 뉴섬 (58)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23년 10월 서명한 기후 책임 패키지법은 더 이상 환경론자들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이에따라 캘리포니아주의 SB 253(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과 SB 261(기후 관련 재무위험 공시)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매출 기준 초과 기업에 적용된다.  SB 253은 연 글로벌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300억 원) 초과 기업이 Scope 1·2 (2026년부터)과 Scope 3(2027년부터)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했다. 또 SB 261은 5억 달러(약 7150억 원) 초과 기업이 기후 관련 재무 위험을 격년마다 보고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집행하며, 2026년 첫 보고 기한은 SB 253이 8월 10일, SB 261은 1월 1일로 예정됐으나 일부 유예 조치가 적용됐다.

 적용 대상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 영위' 기업으로, 현지 매출 73만 달러(약 10억6천만원) 초과, 자산·고용 기준 충족 시 해당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은 캘리포니아 판매·법인·R&D 활동으로 인해 대부분 대상이며, 모회사가 통합 보고를 해야 된다.  그런데 SB 261은 2025년 11월 제9연방항소법원 가처분으로 집행 중지됐으나, SB 253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캘리포니아 자동차 시장에서 대규모 사업(판매, 생산 등)을 영위해 SB 253·261 모두 적용 대상이는 것이다.전기자동차(EV) 전환 지연 시 재무 위험 공시 의무가 부각되며, Scope 3(공급망 배출) 계산이 복잡해 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 상공회의소를 필두로 한 경제 단체들도 수정헌법 제1조를 방패 삼아 제기한 소송은 '이제 기업의 말할 권리와 정부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세기의 대결로 번졌다. 최근 제9연방항소법원이 내놓은 부분적 집행 정지 결정은 이 복잡한 싸움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수정헌법 제1조 뒤에 숨은 데이터 전쟁: 법정으로 간 기후 위기

 이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미국 농장국 연맹 등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의 논리는 명확했다. 정부가 기업에 특정 정치적 의제가 담긴 발언을 강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을 추산해야 하는 Scope 3 공시나 미래의 기후 위험을 예측하는 보고가 사실에 기반한 정보라기보다 주관적이고 논쟁적인 정치적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소송센터의 대릴 조세퍼 부회장 겸 수석법률고문은 항소법원의 결정 직후 낸 성명에서 "1월 1일 마감 시한 전에 이 법의 집행을 멈춘 것은 기업들과 그들의 수정헌법상 권리를 보호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한 주(캘리포니아)가 다른 국가 전체에 이런 종류의 부담을 지울 능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기업과 공급망에 막대한 준수 비용을 초래하는 두 기후 공시법 모두에 대해 집행 정지를 확보하기 위해 항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엇갈렸다.

 2025년 8월 13일,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은 경제계가 낸 사전적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캘리포니아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이며, 기후 변화라는 주제가 논쟁적이라고 해서 데이터 자체가 논쟁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내세운 투자자 보호와 온실가스 감축 유도라는 목적이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반전은 지난해 11월 18일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일어났다.

 항소법원은 기후 리스크 보고 의무인 SB 261에 대해서는 2026년 1월 1일 보고 기한을 앞두고 집행 정지를 인용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 하는 SB 253에 대해서는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법원이 데이터 중심의 공시와 내러티브 중심의 공시를 구분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미래 예측과 경영 전략이 담긴 리스크 보고는 강제된 상업적 언론의 성격이 짙지만, 이미 발생한 배출량 수치는 사실적 정보에 가깝다는 논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일단 리스크 보고에 대해서는 숨을 돌릴 수 있게 됐으나, 2026년 8월 10일로 제안된 배출량 공시 준비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전개발 등 에너지 대기업인 엑손모빌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주 법이 실효성 없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강제한다고 비판하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엑손모빌 측은 "이 규제가 캘리포니아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대해 주 정부가 역외 규제 권한을 행사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변호인들은 기업이 원치 않는 주제에 대해 정부가 정한 틀대로 말하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용 기반 규제라고 성토했다.

사크라멘토의 나비효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까지 흔드는 공포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행정 절차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는 규제 대상이 되는 캘리포니아 내 사업 영위의 정의를 구체화했다. 주 내 매출액이 735,019달러(약 10억 5천만 원)를 초과하거나 주 내 자산 또는 급여 비중이 일정 기준을 넘는 기업이 그 대상이다. 캘리포니아 세무당국의 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대상을 정밀하게 식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활발히 영업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피할 수 없는 그물망에 걸려들었음을 의미한다.

 더 위협적인 것은  Scope 3라는 이름의 연쇄 반응이다. SB 253에 따라 2027년부터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공시해야 하는 미국 대기업들은 이제 전 세계에 흩어진 협력사들에게 탄소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압박할 것이다.

 한국의 중소·중견 부품사들이 캘리포니아 법을 직접 지킬 의무는 없더라도, 미국 수출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크라멘토의 기준에 맞는 데이터를 생성해내야 한다. 이는 기후 데이터가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이 됐음을 뜻한다.

 대기자원위원회는 초기 보고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관용을 베풀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 12월 발표한 집행 예고를 통해 2026년 첫 보고서 제출 시 '신의 성실'을 다해 노력했음이 인정된다면, 데이터가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행정 처벌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SB 253 위반 시 연간 최대 50만 달러(약 7억 원), SB 261 위반 시 5만 달러(약 7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는 작은 위안이다. 또한 자회사를 많이 둔 그룹사가 모기업 차원에서 통합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환경 규제의 도입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뉴 노멀이 도래했음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투자 결정의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탄소 집계표가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기후 리스크가 자산 가치와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본 시장에서 저평가되거나 퇴출당할 위험에 처했다. 캘리포니아의 조치는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맞물리며 글로벌 규제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고 있다.

 향후 일정은 긴박하게 흘러간다. 제9연방항소법원의 구두 변론에 이어, 대기자원위원회 역시 2월 26일 공청회를 열어 세부 시행 규칙을 확정할 예정이다.

 결국 이 싸움은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기후공시의 법적 불확실성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나,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사실은 하나다. 법정에서의 승패와 관계없이 시장의 요구는 이미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방향으로 정해졌다는 점이다.

'기후 공시를 단순한 행정적 비용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고도화된 데이터 관리 능력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기회로 삼을 것인가. '

 캘리포니아발 기후 공습은 우리 기업들에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뒤처질 것인가라는 잔혹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수도 사크라멘토의 법정에서 들려오는 공방 소리는 글로벌 경제 질서가 탄소라는 새로운 문법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준수 비용이 아까워 침묵을 택하기에는, 그 침묵이 초래할 시장의 불신이라는 대가가 너무나 크다. 지금은 법원의 판결문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탄소를 숫자로 바꾸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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