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전세 피해가 급증하고 전세사기 문제까지 비화해 큰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데 이는 제도적인 잘못이 근본 원인인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 신탁부동산의 전세 관련 문제다.
신탁이란 부동산을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고 수탁자에게 신탁 목적을 위해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소유자는 수탁자이며 신탁 목적은 매우 다양하므로 ‘관리처분’의 방법을 등기부의 일부인 ‘신탁원부’라는 장부로 별도 비치한다. 신탁부동산의 법률관계는 복잡하므로 등기부에 ‘거래를 할 때에는 신탁원부를 보라’는 뜻의 부기등기가 돼 있다.
신탁부동산에 대해 소유자인 수탁자와 직접 전세계약을 하면 별 문제가 없으나 보통은 신탁원부에 ‘임대차계약은 위탁자에게 위임하는 데 동의할 수 있고, 보증금반환의무는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신탁조항을 둔다.
문제는 이 조항이다. 부동산 소유자 등이 자금을 융통할 때 근저당을 설정하면 저당권자가 향후 가압류나 경매 시 소액보증금 최우선 변제 등의 사유로 채권 확보에 애로가 예상되므로 금융기관은 저당을 설정하기보다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시켜 분쟁의 소지를 차단한다. 이것이 ‘담보신탁’인데 저당을 설정하는 대신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실질은 부동산 담보지만 저당 대신 소유권을 이전받는 형식이다.
따라서 신탁부동산에 전세 들어가는 것은 선순위의 저당권이 있는 부동산에 전세 들어가는 것과 같다. 더구나 신탁원부상에 이 같은 신탁조항이 있으면 결국 부동산(주택)의 소유자는 수탁자이지만 보증금반환 책임은 부담하지 않고 위탁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부당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반환 채무를 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강행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비춰 보면 신탁부동산 전세에 소유자인 수탁자가 보증금을 책임지지 않고 위탁자에게 반환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하며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담보신탁’에서 수탁자가 보증금 채무를 부담하거나 그 보증금을 융자에만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동의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 신탁부동산에 전세를 들어가며 보증금 회수가 곤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