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광복 100주년인 2045년 ‘경제대도약’을 내걸고 잠재성장률을 1%대 이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제대도약의 원년인 올해 성장전략의 주요 과제가 잠재성장률 반등에 집중된 이유다.
다만 정부가 잠재성장률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제시한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의 방안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인 양극화를 나타내는 ‘K자형 성장’의 고착화 흐름을 바꾸는 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 믿는 건 ‘반도체’…세계 2강 도약 목표
|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11일 이데일리에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는 2040년대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하지 않고 1%대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2.0% 전망의 원천인 반도체는 정부가 그리는 잠재성장률 반등 시나리오의 가장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정부는 ‘세계 2강’ 도약을 위해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금융·재정·세제·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 지원을 쏟겠단 방침이다. 올해 안에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띄우고 2027~2031년에 실행할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기본계획도 수립한다.
반도체 외의 미래 먹거리도 키운다. ‘반도체 +α’ 전략이다. 방위산업과 바이오산업 등을 육성하고, 15대 선도프로젝트를 선정한 초혁신경제의 성과를 앞당기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 특히 ‘AI 3대 강국’을 지향점 삼은 정부는 ‘피지컬 AI’(현실에서 움직이는 AI)에서만큼은 세계 1등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도 밝혔다.
국가전략산업 육성, 초혁신경제 구현 등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은 각종 펀드·기금으로 조달한다. 지난해 말 닻을 올린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30조원 규모로 본격 가동하고, 상반기 중 전략수출금융기금으로 방산·원자력 등 국가 간 수주 경쟁이 심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사격한다. 올 상반기엔 ‘한국형 테마섹’인 국부펀드를 초기자본금 20조원 규모로 띄운다.
이외에도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한미전략투자기금(총 3000억 달러 규모) △민간투자사업(BTL) 특별인프라 펀드(1000억원) △바이오 분야의 임상 3상 특화펀드(600억원) △K컬처의 콘텐츠 미래전략분야 펀드(500억원) 등 펀드와 기금을 잇달아 신설한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6000억원과 국내 주식 펀드, 기업성자집합투자기구(BCD)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에 세제혜택을 늘려주는 ‘생산적 금융 ISA’도 새로 만들어 부동산 쏠림이 강한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 산업계로 흘러가도록 방향을 틀겠단 구상이다.
◇ 정책 영속성 담보 어려워…중장기전략 ‘한계’
|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반등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정부 방침에 공감하면서도 과거 정부 사례를 근거로 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과거 정부들이 기금·펀드로 뒷받침해주지 않아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건 아니다”며 “새 정부마다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이 정권이 바뀌면 시들해지고 사실상 폐기되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같은 당이 다시 정권을 잡아도 정책의 영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2045년 대도약’ 플랜을 성공시키려면 야당을 포함해 정치적인 총의를 구했어야 한다”고 했다.
재경부가 주도하는 ‘2045 경제대도약 마스터플랜’, 기획예산처가 마련 중인 ‘미래비전 2050’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영속성’에 의문이 드는 중장기전략을 놓고 기획재정부에서 갈라져 나온 두 부처가 서로 다른 시간표를 제시해 혼란을 키운다는 이유다.
성장전략의 각론에 있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10여개의 기금·펀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부터 나오는 모양새다. 역할이 중복될 가능성이 큰데다 자금을 빨아들여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K자형 성장’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성장전략의 과실을 고루 누리는 ‘모두의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전략대로라면 금융·재정·세제·규제 완화 혜택은 대기업과 수도권, 자산가로 더 많이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반도체 중심 성장전략에 힘이 실리면서 양극화 해소는 뒷전으로 밀린 양상”이라며 “경제 성장의 낙수효과가 중소기업과 지방, 서민·청년층까지 미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