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예상밖 이달 하순 조기 해산 검토…높은 지지율 등 고려
"당리당략 우선시하는 자세로 비칠 수도" 분석…엔저·주가 상승 움직임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시작될 예정인 정기국회 초반에 전격적으로 중의원(하원)을 해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정치권이 총선 체제 정비에 돌입했다.
11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일본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인 중의원 해산과 관련해 정기국회 초반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집권 자민당 간부에게 전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60∼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조기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의 중의원 의석수 합계는 전체 465석 중 절반을 겨우 넘는 233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중의원 해산에 이어 내달 8일이나 15일에 총선을 치러 자민당 단독 과반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치권은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까지도 중의원 해산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해산 시기가 아무리 빨라도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3월 하순 무렵이 될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하지만 중의원 해산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요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대책 실행을 강조해 왔으나, 이달 중의원을 해산하면 2026회계연도 예산안과 각종 법률안은 논의가 중단된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고물가 대책을 말하면서 정치 공백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라며 "도리와 대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2야당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NHK에 출연해 "여러 고물가 대응 정책의 통과가 늦어질 것"이라며 정기국회 초반 해산은 약속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국민민주당이 요구했던 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 조정 방안을 지난달 수용했고, 이에 국민민주당은 2026회계연도 예산안 통과에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또 다른 야당인 공명당과 레이와신센구미 측도 중의원 조기 해산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야당들은 충격 속에서도 각오를 드러내며 후보자 조정 등을 서두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반면 여당은 담담히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이날 NHK에서 지난 9일 다카이치 총리와 면담했을 때 중의원 조기 해산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듣지 못했지만, '한 단계 스테이지가 바뀌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유신회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는 전날 "해산은 총리의 전권 사항"이라며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숙명"이라고 말했다.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도 언제 해산이 이뤄져도 대응이 늦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은 총리가 보유한 '전가의 보도'이자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잘 쓰면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으나,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처럼 해산 직후 총선에서 패배하면 구심력을 잃게 된다.
아사히는 "정기국회가 1월에 소집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정기국회) 회기 초반에 중의원이 해산된 사례는 없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작년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한 이후 중국과 갈등을 겪는 가운데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이와 관련해 자신을 추궁할 것을 예상해 조기 해산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이어 이 전략은 중의원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당리당략을 우선시한다는 자세로 비쳐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의원 의원 임기는 4년이며, 직전 총선은 2024년 10월 하순에 치러졌다.
닛케이는 자민당이 1955년 창당한 이후 역대 총리가 첫 중의원 해산을 할 때까지 기간을 보면 취임 시점에서 1년 이내가 5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또 총리가 취임 이후 1년 이내에 중의원을 해산한 9회 중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은 6회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높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40%에 미치지 못한다며 그동안 자민당과 선거 협력을 했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한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중의원 조기 해산론과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 확산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엔/달러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9일(현지시간) 한때 158엔선을 돌파했다. 이는 작년 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평균 선물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9일 닛케이 평균 선물 가격은 한때 같은 날 종가 51,939를 웃도는 53,860을 기록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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