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1인 1개소’ 어디까지가 위법인가···대법원이 밝힌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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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1인 1개소’ 어디까지가 위법인가···대법원이 밝힌 경계선

이뉴스투데이 2026-01-11 15:2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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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나 대표로 여러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법인을 활용한 다기관 운영을 처벌하려면 단순한 의사결정 관여를 넘어, 해당 법인이 실체 없는 허울에 불과해 제도를 악용했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이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의 의료법 위반을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배우자 등 공범 2명에 대해서도 원심판결이 함께 파기됐다.

이씨는 2012년부터 자신이 대표를 맡은 의료법인 명의로 치과병원 1곳을 운영한 데 이어, 2013~2016년 사단법인 명의로 치과병원과 의원 등 복수의 의료기관을 추가로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의료인이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33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2심은 이씨가 법인 이사·대표 지위를 통해 여러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판단해 중복 운영에 해당한다고 봤다. 의료법인과 사단법인의 임원 구성, 자금 관리 방식, 대표자 변경 경위 등을 종합하면 형식만 법인을 빌렸을 뿐 실질은 개인 운영이라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 지위에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 사항에 관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했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중복 개설·운영 금지 취지를 저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법인은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전제로 설립된 법인으로, 의료인 개인과 달리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인이 탈법적으로 악용됐다고 판단하려면 추가적인 요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컨대 실질적인 재산 출연이 없어 법인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법인 설립 과정에 하자가 있거나 일시적인 재산 유출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1인 1개소 원칙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의료법인 설립 과정의 하자가 허가 자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지, 재산 유출의 정도와 기간, 경위가 어떠했는지, 이사회 결의와 회계 처리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씨가 관여한 의료법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원심의 법리 오해를 지적했을 뿐, 사단법인을 통해 운영된 다른 의료기관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부분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한편, 이 씨가 상가 내 약국 독점 운영을 미끼로 거액을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인이 법인을 통해 복수의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한 때도 곧바로 1인 1개소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료법인 제도의 취지와 공공성 훼손 여부를 중심으로 한 보다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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