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의 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자원이 심각한 부족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는 과장이 아니라 현실에 가깝다. 현재의 구리 공급은 이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불균형은 2026년 초부터 구조적인 부족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기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 속도가 신규 공급을 압도하면서 시장 전반에 중대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재경은 2025년 12월 발표한 ‘2025 전환 금속 전망’ 보고서에서, 모든 전환 금속 가운데 구리가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 전력망 확장, 전기차 보급 확대가 주요 원인이다. 보고서는 2045년까지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구리 수요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대규모 투자와 재활용(2차 공급)이 가속화되지 않는 한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NEF의 금속·광업 부문 책임자인 콰시 앰포프는 이러한 불균형이 “수요 급증과 신규 프로젝트의 더딘 출발이 충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리뿐 아니라 백금, 팔라듐 등 핵심 금속 전반에서 생산 능력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가장 큰 압박을 받는 원자재들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부족의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칠레, 인도네시아, 페루 등 주요 산지에서 광산 가동 중단과 인허가 지연이 이어지며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신규 광산 개발이나 폐구리 회수에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2050년 전 세계 구리 부족 규모가 최대 1,9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구리 가격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 구리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톤당 1만3,000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공급이 더욱 긴축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전반적인 위험 선호 심리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 달러 약세 역시 공매도 확대를 통해 구리를 비롯한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수입 제한 가능성, 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전력망 등 고성장 산업에서 구리의 전략적 중요성, 그리고 수요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가격 상승 기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스위스 모코레 에너지 그룹의 금속 부문 책임자인 **코스타스 벤타스**는 미국의 구리 수입 급증이 다른 지역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년간 발생한 일련의 사고로 일부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들어간 점도 가격을 지탱하는 요인이다. 제련소들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광산업체로부터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가공비를 수용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어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공급 부족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미 구리 관련 주식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만큼 높은 가격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일부에서는 가격 급등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영국 협화자원공사의 연구 책임자인 던컨 홉스는 현재의 기록적인 가격 상승이 실제 수급 및 현물 시장 상황과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공급망 안전과 지정학적 재편과 맞물린 문제이며,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상황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수요는 문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 발전소, 해상 풍력 터빈, 대규모 배터리, 송전선로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모두 높은 구리 함량에 의존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력망 증설과 변전소 건설이 계획돼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구리 공급 확대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의 분석처럼, 구리는 일시적 부족이 아닌 영구적인 구조적 부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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