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남북이 '무인기'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지난 4일과 지난해 9월 자국의 영공에 침입했다며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우리 군은 "군의 무인기가 아니다"면서 "북을 도발할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도발 의도가 없었다는 한국 정부 입장에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영공 침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사진을 보면 군이 아닌 민간에서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하게 복원되는 것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북한이 이재명 정부를 향한 공세를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북한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만큼 이번 사태가 오히려 남북 대화가 재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北 "韓, 작년 9월과 4일에 또 무인기 도발…대가 각오해야"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4일 무인기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지난 4일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일대 상공에서 북쪽방향으로 이동하는 공중목표를 포착했고, 이를 강제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추락된 무인기에는 감시용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촬영기록 장치에는 북측 지역을 촬영한 6분 59초, 6분 58초 분량의 영상자료들이 기록돼 있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대변인은 "작년 9월에도 한국의 무인기 침입이 있었다"며 "서울의 불량배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국경 부근에서 한국 것들의 무인기 도발행위는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인기들이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한국의 민감한 전선지역에서 주간에 이륙하여 한국군의 각종 저공목표발견용 전파탐지기들과 반무인기장비들이 집중배치된 지역 상공을 제한없이 통과하였다"면서 "배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게 해준다"며 이재명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바늘끝만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 대한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한국이라는 정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데 또다시 도움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한국이라는 정체는 변할 수 없는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한국 호전광들의 광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여정 "영공침범 반드시 설명 있어야…도발의도 없다는 입장은 현명"
북한은 11일에도 이재명 정부를 향해 영공침범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을 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에 침투한 무인기가 정보 수집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무인기에 우라늄 광산과 북한의 국경 초소 등의 촬영자료가 기록돼 있었다"며 "설사 민간단체나 개인 소행이라도 국가안보의 주체라는 당국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 소행이어서 주권침해로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려고 시도한다면 아마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현 당국자들은 이전 '윤망나니' 정권이 저지른 평양무인기침입사건을 남의 일을 평하듯할 자격이 없다"면서 "어느 정권이 저지른 일인가 하는 것은 그 집안 내부에서나 논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尹)가가 저질렀든 리(李)가가 저질렀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꼭같이 한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로 된다"며 "한국당국은 중대주권 침해 도발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대가에 대하여 심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앞으로도 우리에 대하여 도발을 선택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끔찍한 사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데 대하여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고 말했다.
李대통령 "민간 무인기 사실이면 중대범죄…軍警 신속·엄정 수사"
軍 "해당 무인기 보유 안해…북한 도발 자극할 의도 없다"
靑 "진상 규명하고 결과 신속 공개"
북한의 성명이 나오자 우리 군은 사실무근이라고 단호히 반박했다.
국방부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1차 조사결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발표한 일자의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 실장은 "민간 영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연합뉴스에 "(공개된 기체는) 우리 군이 보유한 기종이 아니다"라며 "그날 드론작전사령부와 지상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에서도 비행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계엄의 악몽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라며 "그날 드론작전사령부와 지상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에서도 비행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민간이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 주장의 경위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하기 위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소집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후 김남중 차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11일 "정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은 "정부는 이번 무인기 사안에 대해 군의 1차 조사에 이어 군경 합동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정부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힘 "李 대통령 외환죄 수사 대상" vs 민주 "국힘, 안보 불안 조장"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도 외환죄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정부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대남 공격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었다는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 또한 외환죄 수사와 재판 대상이 된다"라며 "이번 사태로 이재명 정부의 원칙 없는 안보관은 물론 안보마저 정쟁으로 끌어들이는 행태는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안보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는 북한에 대한 대화 구걸이나 위장 평화 쇼가 아니라,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 정리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 능력 고도화를 하며 도발을 일상처럼 반복해 온 북한이 주권 침해를 운운하는 모습은 적반하장에 가깝다"며 "북한이 돌연 피해자인 양 행세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은 책임 전가이자 '내부 결속용 선전 공세'"라고 평가했다.
조용술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군의 무인기 작전이 자신들이 하면 안보 행위고, 남이 하면 외환 혐의냐"며 "명백한 내로남불식 안보관"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호전적 군사행동은 미화하고 우리 국군의 무인기 운용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이며 격분하는 비합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의 무인기 운용 가능성을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보윤 당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묵살됐고, 북한은 협박과 비방으로 답했다"며 "이 대통령이 '민간 무인기 침투라면 중대 범죄'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처럼 키워준 꼴이다. 신중했어야 한다"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의 도발보다 잘못된 신호"라며 "국민 불안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북한 주장에 대한 명백한 사실관계와 함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안보관을 비판한 것에 대해 "사실 확인도 없이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정쟁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는 북한이 (한국 무인기 침투를) 주장한 시점에 우리 군이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외환죄 수사와 재판 대상으로까지 거론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조차 없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빌미로 정부와 군을 공격하며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보는 공포를 조장해 이익을 취하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특히 북한의 주장 하나만으로 정치 공세에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선전·심리전에 동조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군용 아닌 민간 무인기로 보여"
중앙통신은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북한군이 추락시킨 무인기 잔해와 촬영장치 등 부착 부품, 무인기가 촬영한 이미지라며 사진 20여 장도 공개했다.
사진에서 식별된 무인기 부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며, 삼성 로고가 찍힌 메모리카드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용 무인기가 아닌 민간 무인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비행제어컴퓨터(FC) 부품은 동호인이 사용하는 범용 제품이며, 수신기 부품은 중국 저가용으로 항재밍 능력이 거의 없고 군용 통신 규격에도 맞지 않는다"며 "군이 기만을 위해 소모성 무인기를 활용했을 수도 있지만 기체사양과 정보가치, 부품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민간 상용부품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통상적인 군용 무인기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는 외관상 중국 스카이워커 테크놀로지사의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모델로 추정된다. 이 무인기는 통상 동호인들의 취미나 상용, 산업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일 해당 무인기가 민간에서 운용한 것이라면 이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북한을 자극해 자칫하면 국지전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 복원 견제용? 남북 대화재개 계기 될까
이번 북한의 '무인기 도발' 주장은 최근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급속하게 복원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으나 '북중러' vs '한미일' 신냉전 구도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북한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언론에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 중재' 프레임 무력화 의도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며 "국제사회에 앞에서는 평화를 외치며 뒤에서는 정찰을 감행하는 '위선적 정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군용 무인기가 아니라며 "북한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고 밝히자 김여정 부부장이 이에 즉각 "현명한 선택"이라고 반응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김 부부장이 영공침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만큼 이번 사태가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전날 북측에 남북 합동 조사를 제안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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