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그 팀이 FA컵 디펜딩 챔피언 꺾은 것은 1908-1909시즌 이후 처음
매클스필드 감독 존 루니는 잉글랜드 전 국가대표 웨인 루니 동생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챔피언 크리스털 팰리스가 6부 리그 팀에 져 탈락하며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매클스필드의 리징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FA컵 3라운드(64강전) 원정 경기에서 매클스필드 FC에 1-2로 패했다.
매클스필드는 주장 폴 도슨이 전반 43분 프리킥 상황에서 헤더 선제골을 넣고, 후반 15분 아이작 버클리리케츠가 추가 골을 터트려 2-0으로 앞선 뒤 후반 45분 펠리스 예레미 피노에게 프리킥으로 한 골을 내줬으나 리드를 지켜내 대어를 낚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팰리스는 지난해 5월 2024-2025시즌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고 1905년 창단 이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비록 이날 5천300석 규모의 낯선 인조 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고는 하나 핑계가 될 수 없는 패배였다.
매클스필드는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의 6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노스 소속 팀이다. 6부 리그에서도 24개 팀 중 현재 14위다.
BBC 등 영국 언론은 현재 팰리스가 프리미어리그 13위인 점을 들어 리그 순위로만 보면 5개 리그 아래 117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두 팀의 이번 결과는 FA컵 역사상 최대 이변이라고 전했다.
특히 프로가 아닌 '논리그'(Non-league) 팀이 FA컵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을 꺾은 건 1908-1909시즌 이후 117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회 1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를 누른 논리그 팀이 팰리스였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최근 100년 동안 FA컵에서 논리그 팀이 최상위리그 팀에 승리한 것조차 이번이 9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매클스필드는 1874년 창단한 전신 매클스필드 타운이 재정난으로 2020년 해체된 후 지역 사업가 로버트 스메스허스트가 구단을 인수하고 전 웨일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로비 새비지 등이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재창단된 팀이다.
이후 9부 리그에서 시작해 4시즌 만에 3번의 승격을 거듭하며 6부 리그까지 올라섰다. 현재 리그 하위권에 있으나 플레이오프 진출권과는 승점 차가 크지 않다.
매클스필드 선수들은 프로가 아니다 보니 다른 직업을 갖고 경기를 뛰는 '파트타임' 선수들이다.
팀 내 최다 득점자 대니 엘리엇은 축구 선수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경영 중이다.
수비수 루이스 펜섬은 체육관을 운영하며 샘 히스콧은 학교에서 일한다. 루크 더피와 도슨은 파트타임 코치로 생계를 이어간다.
지난달 원정 경기에서 돌아오던 길에 21세 공격수 이선 매클라우드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아픔도 겪은 매클스필드는 현재 존 루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존 루니 감독은 영국 국가대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활약한 공격수 웨인 루니의 친동생이다.
지금은 BBC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웨인 루니는 매클스필드의 이변을 중계하면서 "동생이 이런 성과를 이루는 걸 보니 매우 감격스럽다"면서 "그는 감독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했다.
존 루니 감독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시작부터 훌륭했다.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수는 없다"고 감격했다.
hosu1@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