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인류를 먹여 살리는 농업 생산성의 경제학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전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1990년 저서인 '기대 체감의 시대'에서 국가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생산성을 지목했다. 이 격언이 가장 극적이고도 절실하게 증명된 분야는 단연 농업분야다. 지난 60여 년간 인류가 일궈낸 농업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은 단순히 경제 성장의 지표를 넘어, 지구라는 행성은 이제 82억명을 넘어 100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든 물리적 토대가 됐다.
우리의 식탁과 지구의 숲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거대한 통계적 승리가 숨어 있다.
데이터 전문 매체인 Our World in Data(OWiD)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61년 대비 250%라는 경이로운 수치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추가로 사용된 경작지는 단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만약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없었다면, 인류는 현재의 식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구상의 광범위한 숲과 생태계를 농경지로 전환하며 황폐화시켰을 것이다. 이는 기술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오히려 고도의 집약적 기술이 자연을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굶주린 입과 푸른 숲 사이의 균형추 '기술 혁신'
이 기적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 농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먼 볼로그(2009년 95세로 작고)가 있다.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멕시코의 밀 밭에서 인류의 운명을 바꿀 연구에 매진했다. 노먼 볼로그는 수확량이 많으면서도 줄기가 짧아 쓰러지지 않는 '반왜성 밀' 품종을 개발했다.
그는 1970년 노벨상 수락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의를 원한다면 평화를 일구라.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빵을 생산하기 위해 밭을 일구라. 그렇지 않으면 평화는 없을 것이다."
노먼 볼로그의 업적은 단순히 종자 개량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멕시코의 서로 다른 기후를 이용해 일 년에 두 번 수확하는 '셔틀 육종 방식'을 고안해 연구 속도를 두 배로 높였다. 1963년까지 멕시코 밀 수확량의 95%가 그가 개발한 종자로 대체됐으며, 멕시코는 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이 기술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확산돼 수천만 명을 기아의 위협에서 구했다. 인도 정부는 볼로그의 사후인 2009년, 그가 인도의 과학과 경제에 미친 영향은 녹색 혁명 그 이상이었다고 평가하며 감사를 표했다.
경제학계에서 '볼로그 가설'이라 불리는 이론은 농업 생산성 향상이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설명한다. 비옥한 토지에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새로운 농지를 개간하려는 압력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숲을 보존한다는 논리다. 볼로그는 2000년 연설에서 만약 1950년 수준의 수확량이 1999년까지 유지됐다면, 인류는 18억 헥타르의 토지를 추가로 경작해야 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세계 육지면적(약 130억 헥타르)의 14%에 해당되는 땅으로 러시아 국토(17억 헥타르)보다도 더 넓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됐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환경적 외부 효과라는 비용이 따랐다. 녹색 혁명은 대량의 화학 비료와 살충제, 대규모 관개 시스템에 의존했다. 이는 수질 오염과 지력 감퇴, 그리고 유전적 다양성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바이엘이 인수한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현대 농업 기술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은 주성분 글리포세이트(glyphosate)가 암(비호지킨 림프종 등)을 유발한다는 수많은 소송으로 법정 공방이 이어져 왔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IARC)가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후 피해자들이 제소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법원에서 몬산토가 대규모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여러 차례 나왔다. 몬산토는 과학적 증거 부족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안전 결론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2020년대 들어 다수 판결이 원고 승소로 확정되며 수천 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2024년과 2025년에도 이어지는 수조 원 규모의 배상 판결에서 재판부는 기업이 제품의 잠재적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5년 3월 조지아주 법원 배심원단은 원고에게 21억 달러(약 2조 8,350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지속 가능성과 안전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경고다.
기후 역풍과 규제의 파고를 넘는 차세대 농업 4.0
오늘날 농업 생산성은 기후 변화라는 전례 없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기온 상승과 변덕스러운 강수 패턴은 작물의 수확 지도를 새로 쓰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1인당 하루 공급 가능한 칼로리는 4.4%씩 감소'한다. 특히 옥수수와 같은 작물은 고온에 매우 취약해, 탄소 배출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수확량이 24% 이상 급감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인류는 농업 4.0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 핵심은 인공지능(AI)과 정밀 농업이다. 스마트 알고리즘은 토양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비료와 물을 공급한다. 2025년 전 세계 지속 가능 농업 시장 규모는 약 19억 3,000만 달러(약 2조 6,0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정밀 농업 기술이 그 중 약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구원투수로 급부상했다. 가뭄에 강한 옥수수나 염분에 견디는 밀을 짧은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유럽 연합(EU)은 이러한 신 육종 기술(NGT)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유전자 변형 생물(GMO) 규제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육종과 유사한 기술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혁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화학 투입재 사용을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 출신 농업,기후 전문가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취동위 사무총장은 2025년 세계 식량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과학과 혁신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씨앗, 위성, 센서,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우리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결정을 내려야 하며, 현대적 도구와 원주민의 지혜를 결합해 더 나은 생산과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은 여전히 수확량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평균 곡물 수확량은 인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식량 증산을 위해 숲을 개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OWiD의 수석 연구원 한나 리치는" 지속 가능성의 방정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하나는 환경 보호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첫 세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농업 생산성 향상은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1961년 이후의 진보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그 시간을 영속적인 지속 가능성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세계 농업 지원 예산은 연간 8,420억 달러(약 1,136조 7,000억 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많은 예산이 혁신보다는 보조금에 치중돼 있다. 폴 크루그먼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거의 전부라면, 지금 우리가 투자해야 할 곳은 명확하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리고, 동시에 숲을 되살리는 '똑똑한 농업 기술'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맬서스적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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