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buy)는>“올해 이직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썸 타는 사람과 연애할 수 있을까요?”
서울의 유명 점집 앞에는 찬 바람을 맞으며 길게 줄을 선 풍경이 여전하다. 하지만 더 거대한 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바로 스마트폰 속이다. 새해를 맞아 생성형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디지털 점술’ 시장이 호황이다. 2030세대는 이제 무당의 방울 소리 대신, 챗봇의 타이핑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은 왜 차가운 알고리즘에 뜨거운 운명을 묻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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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점술이 엄숙하고 무거운 의식이었다면, 요즘 세대에게 운세는 가볍게 소비하는 스낵 콘텐츠다. AI 운세 앱이나 유튜브 타로 채널은 접근성이 압도적이다. 복채(이용료)는 커피 한 잔 값인 3000원에서 1만원 선. 적게는 3만~4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프라인 점집에 비하면 실패해도 타격 없는 가격이다.
무엇보다 비대면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 낯선 사람(역술가)과 대면으로 껄끄러운 개인사를 털어놓는 부담감(Pressure)을 제거했다. 새벽 2시든 아침 출근길이든, 내가 원할 때 접속해서 궁금한 것만 딱 묻고 끄면 그만이다. 이들에게 점술은 미신이 아니라, 일종의 ‘운명 뽑기(Gacha) 게임’에 가깝다.
경제적으로 분석하면 이는 전형적인 불안 비용(Anxiety Cost)이다. 고물가, 취업난, 치솟는 집값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은 세상이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청년들은 통제 불가능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엿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AI가 내놓는 답변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건 사용자들도 안다. 하지만 1만원을 내고 “올해는 재물운이 트일 것”이라는 한 줄의 확언을 얻음으로써, 막연한 공포를 잠재우는 심리적 보험료를 내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사용자들이 AI에게 기대하는 것이 정확한 예언(Prediction)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Consolation)라는 사실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AI 챗봇 운세 서비스들은 딱딱한 사주 풀이 대신, “많이 힘들었지? 올해는 다 잘 될 거야”와 같은 감성적인 멘트를 던진다. 친구에게 징징대기엔 눈치 보이고, 심리 상담을 받기엔 비싸고 무거운 마음을 AI 무당이 받아주는 것이다.
결국 지금 2030이 사고 있는 것은 미래의 정보가 아니다.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저렴하고 안전한 멘토다. 비록 그 멘토가 0과 1로 이루어진 코드 덩어리일지라도, 1월의 불안한 밤을 버티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돈값을 하는 소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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