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 밝았지만…축복 대신 안락사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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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해' 밝았지만…축복 대신 안락사 논의

연합뉴스 2026-01-11 07:5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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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천마리 넘는 퇴역마…수명 20년인데 5년 뛰고 은퇴

전무한 보호 시설에 결국 '폐마목장'…"차라리 안락사를"

달려라 달려 달려라 달려

(과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7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주마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7일 OBS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대회가 열리며 오는 21일까지 주말마다 승마 체험과 드론 레이저쇼 등 '별밤마(馬)중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5.9.7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앞둔 지난달 10일. 경기도 광명역 인근 한 회의실에서는 '말의 복지'를 주제로 아이러니한 논의가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마사회, 대한승마협회, 동물자유연대 등에서 말 전문가 10여명이 모여 2시간 머리를 맞댄 결과, '퇴역 경주마의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매년 쏟아지는 퇴역마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11일 말산업 정보포털 '호스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퇴역한 경주마는 1천156마리에 달했다. 지난해와 그 전년도 1천200마리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3년간 퇴역마 중 승용마 등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는 3마리 중 1마리꼴(약 3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폐사하거나 행방이 불투명하다.

문제는 말의 자연 수명은 20세가 넘는 데 반해, 경주마로서의 활동 기간은 5년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매년 1천마리 이상의 새로운 경주마가 등장하는 구조 속에서 갈 곳 없는 퇴역마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퇴역마가 승용마로 선택받지 못하면 운명은 유통업자 손에 맡겨진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이른바 '폐마 목장'이라 불리는 마지막 단계로 흘러간다. 제대로 사료를 주지 않고 사실상 폐사할 때까지 방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곳들이다. 실제 2024년 충남 공주의 한 무허가 목장에선 분뇨가 3cm 이상 쌓이고 말의 백골이 발견되는 등 참혹한 학대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말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퇴역마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운송업자가 맡는 구조"라며 "학대는 잘못됐지만 그런 마지막 유통단계가 없으면 퇴역마는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폐마 목장도 전국에 몇 없다. 아는 곳도 벌써 보유 두수가 100마리가 넘었다"고 덧붙였다.

공적 관리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말산업복합센터가 올해 김제에서 보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박영재 전북승마협회장은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를 줄이려면 말년을 보낼 곳이 필요하다"면서도 "전국에서 학대받는 말을 데려올 계획이지만 30∼40마리가 한계"라고 했다.

2024년 '폐마목장' 한 가운데 방치된 말 사체 2024년 '폐마목장' 한 가운데 방치된 말 사체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선 고통스러운 방치보다 차라리 안락사를 장려하는 게 말의 복지에 이롭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마주가 수백만 원의 안락사 비용 부담으로 말을 '버리는' 행태를 막으려면 승마장 등 시설을 늘려 흡수하거나, 제도적인 인도적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강한별 대한승마협회 말복지위원은 "말은 기계가 아니다. (경주마 등으로) 쓰지 않는다고 전원을 끈 채 그냥 둘 수 없고, 고통 속에 살도록 둘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이들은 근본적인 원인인 경주마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안락사 논의는 경마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언급돼야만 의미가 있다"며 경주마 생산 규모의 재조정 없는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마 즐기는 시민들 경마 즐기는 시민들

(과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7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주마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7일 OBS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대회가 열리며 오는 21일까지 주말마다 승마 체험과 드론 레이저쇼 등 '별밤마(馬)중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5.9.7 xanadu@yna.co.kr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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