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 신작 에세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일찍이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뜯어말리면서 '그래도 글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으면 나와 더불어 가늘고 길게 망하자'고 썼는데, 여전히 진심이다." (서문 '부조리한 기쁨'에서)
산문집 '태도에 관하여', 소설집 '호텔 이야기' 등을 펴내며 자신만의 독자층을 개척한 임경선 작가가 새 산문집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토스트)을 펴냈다. 책의 주제는 '글쓰기'다.
임경선은 12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2005년부터 산문과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등단'이란 이력 없이도 보수적 한국 문단·출판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태도에 관하여'는 20만부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비법서가 아니다. 글쓰기의 기교를 가르쳐주지도 않으며,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호언장담도 없다.
대신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깨우친 글쓰기의 본질과 작가라는 업의 빛과 그늘을 이야기한다.
그가 꼽는 글쓰기의 매력은 '샛길이 없는 정직한 세계'다.
"글쓰기는 공평하다. 요령이 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며 "한 글자 한 글자 원고지를 밀고 나가야 작품이 완성되는 에누리 없는 이 야멸참이 마음에 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구나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능과 가능성은 본래 불공평한 자원"이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진솔한 언어로 재능과 영감, 명성에 대한 사탕발림을 걷어내고 현실의 눈높이에서 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
요컨대 그가 생각하는 작가란, '작가'라는 타이틀에 미혹되지 않고 '글'에 진심인 사람, '글을 쓴다'를 '고치고 또 고친다'로 이해하고 그 비효율적인 과업을 수도승처럼 실천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작가로 산다는 것은 경쟁과 질시,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견디며 사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들을 무화(無化)하는 압도적 감동을 만날 때가 있다.
"힘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미로움이 있다는 게 소설 쓰기의 유별난 지점이다. (중략)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에 몰입함으로써 나는 다른 차원의 세상에 혼자 가 있는 듯 얼이 나간, 달리 말하면 '곱게 미친' 상태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솔직함이다. 저자는 밥벌이의 냉혹함을 이야기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한국에서 글쓰기만으로 먹고산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책을 매년 내고, 낼 때마다 최소 3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과연 몇 명의 작가가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아니, 3만 부 판매는 이미 복권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작가'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트리며 담담하게 묻는다. 그래도 글이 쓰고 싶은지.
저자는 서문에서 "미리 말해두지만 글쓰기에는 성공도 영광도 없다. 그러나 분명 '망해도 상관없다'고 느끼게 해주는 정직한 기쁨이 있다"며 "이 책은 다름 아닌 그 부조리한 세계에 매료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그 부조리한 세계에 매료된 사람들을 위한 냉철하고 조용한 응원의 글이다.
256쪽.
kihu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