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지면 주방 분위기도 달라진다. 창가에는 찬 기운이 맴돌고, 냄비 위에서는 서서히 김이 오른다.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간식이 고구마다. 군고구마 냄새가 골목을 채우던 계절 기억 때문에 집에서도 한 번쯤 냄비를 꺼내 든다.
하지만 막상 쪄보면 결과는 생각과 다르다. 오래 쪘는데도 단맛은 약하고, 식감은 퍽퍽하다. 시장에서 먹던 고구마와는 분명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품종이나 산지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유는 조리 과정에 있다. 냄비 안에 빠진 한 조각에서 갈린다.
아무리 쪄도 달지 않았던 고구마, 이유는 조리 과정에 있다
고구마는 수확 직후 바로 먹는 작물이 아니다. 수확한 뒤 일정 기간 저장하는 동안 내부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 시간이 충분해야 단맛이 또렷해진다. 유통 구조가 빨라지면서 이 과정이 짧아진 고구마가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는 단단하고 상태가 좋아 보여도 속 맛은 밍밍할 수 있다.
조리 방식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물을 넉넉히 붓고 삶듯이 익히면 전분이 물로 빠르게 풀린다. 단맛이 올라오기 전에 고구마가 먼저 익어버린다. 반대로 물이 너무 적으면 증기가 부족해 겉만 익고 속은 수분을 잃는다. 이 두 상황 사이 균형을 잡아주는 재료는 다시마다.
다시마에는 글루탐산과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이 물속에서 가열되면 맛의 구조가 달라진다. 설탕처럼 단맛을 직접 더하는 방식이 아니다. 고구마 안에 있던 단 성분을 또렷하게 느끼도록 돕는 쪽에 가깝다.
다시마 한 장이 고구마 단맛과 식감을 바꾸는 이유
다시마를 넣고 고구마를 찌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수분 흐름이다. 다시마에서 나오는 점질 성분이 물의 증발 속도를 늦춘다. 냄비 안 수분이 급하게 사라지지 않으면서 열이 고구마 전체에 고르게 전달된다.
그 사이 전분이 천천히 풀리며 당으로 전환된다. 감칠맛 성분도 한몫한다. 글루탐산은 단맛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단맛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밤고구마처럼 수분이 적은 품종에서 차이가 더 잘 느껴진다. 퍽퍽하게 부서지던 조직이 한결 부드럽게 풀린다. 호박고구마에서도 단맛이 겉돌지 않고 안쪽에서부터 올라온다. 일부에서는 다시마에 들어 있는 염분 때문에 물의 끓는 점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끓는 점 변화보다는 물의 성질이 달라지며 열 전달이 안정되는 쪽에 가깝다. 같은 양의 고구마를 기준으로 했을 때 조리 시간이 3~5분 정도 줄어드는 경우가 잦다. 채소를 데칠 때 소금을 소량 넣으면 조직이 빠르게 풀리는 원리와 비슷하다.
다시마 고구마, 맛과 식감에서 느껴지는 차이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고구마 1kg 기준으로 종이컵 물 4컵이면 충분하다. 고구마는 껍질째 쓰므로 흐르는 물에 흙만 말끔히 씻는다. 양 끝을 조금 잘라주면 열이 들어가는 속도가 고르게 맞는다.
냄비 바닥에 물을 붓고 다시마 2장을 넣는다. 한 장은 물에 담그고, 다른 한 장은 찜기 위에 올려도 된다. 찜기를 얹은 뒤 고구마를 올리고 뚜껑을 닫는다. 센 불에서 10분 정도 지나 김이 충분히 오르면 중불로 낮춰 10분 더 찐다. 이후 약불에서 5분 정도 유지한 뒤 불을 끈다.
바로 꺼내지 말고 뚜껑을 덮은 채 5~10분 그대로 둔다. 이 과정에서 내부 열이 고르게 퍼진다.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저항 없이 들어가면 알맞게 익은 상태다. 냄비 바닥에는 물이 살짝 남아 있는 정도가 좋다. 고구마가 찌는 데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쓴 상태다.
이 방식으로 찐 고구마는 겉은 촉촉하고 속은 부드럽게 풀린다. 설탕이나 꿀을 더하지 않았는데도 씹을수록 단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급하게 쪘을 때처럼 겉만 물러지고 속이 퍽퍽한 느낌과 입안에 남는 텁텁함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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