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길어질수록 국물 요리가 식탁 중심으로 돌아온다. 냄비에 불을 올리고 숟가락으로 국을 뜨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 시기 남해안에서는 바닷물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작업이 시작된다. 배 위에 엎드린 채 물속 대나무를 더듬으며 해초를 하나씩 떼어내는 일이다. 그렇게 손으로 건져 올린 해조류가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매생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일 2026년 1월 이달의 수산물로 매생이를 선정했다. 한겨울에만 제대로 자라고, 수질이 조금만 나빠져도 생육이 멈추는 까다로운 해조류다. 시장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렵지만, 겨울 국물 맛을 좌우하는 재료로는 빠지지 않는다.
겨울 바다에서만 자라는 '해조류'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외형은 파래와 비슷하지만, 실처럼 가늘고 훨씬 부드럽다. 손에 쥐면 형태가 금세 풀릴 만큼 조직이 연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매생이는 오염이 적은 해역에서만 자란다. 물 흐름이 느려지거나 부유물이 많아지면 제대로 붙어 자라지 못한다.
남해안 일부 해역이 주요 산지로 꼽힌다. 가을 한로 무렵 어장에 대나무를 박아 포자를 붙이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후 12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수확이 이어진다. 채취 방식도 독특하다. 배 위에서 물속으로 손을 넣어 대나무에 붙은 매생이를 뜯는다. 찬물에 오래 노출되는 고된 노동이다.
건져 올린 매생이는 뻘과 이물질이 함께 엉켜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여러 차례 씻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손질이 끝나면 흐트러졌던 해초가 가지런한 덩어리로 묶인다. 한 덩이 무게는 보통 400~450g 정도다. 이 과정이 지나야 비로소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매생이'가 겨울 식탁에 오르는 이유
매생이는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편이다. 국물 요리에 넣어도 부담이 적다. 철분과 칼슘이 풍부해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는 데 쓰여 왔다. 특히 철분 함량은 다른 해조류보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속이 더부룩할 때 국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열을 오래 품는 구조다. 조직이 매우 가늘어 끓여도 김이 크게 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미지근해 보여도 실제로는 온도가 높다. 이 때문에 방심하고 먹었다가 입안을 데기 쉬워 ‘미운 사위에게 주는 국’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매생이의 성질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겨울철 대표 요리는 매생이굴국이다. 굴의 짠맛과 매생이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다. 국물은 맑지만 향은 진하다.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불을 끄기 직전에 넣어야 질겨지지 않는다. 부침 반죽에 섞어 부치는 매생이전도 겨울 밥상에 자주 오른다. 떡국에 넣어 끓이면 국물 색은 어두워지지만, 맛은 깔끔하다.
고르는 법부터 보관까지
시장이나 마트에서 매생이를 고를 때는 색을 먼저 본다. 녹색이 선명하고 윤기가 돌아야 한다. 회색빛이 돌거나 지나치게 탁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손에 쥐었을 때 너무 끈적이지 않고, 이물질이 적은 것이 좋다. 이미 잘게 끊어진 상태보다 덩어리가 살아 있는 쪽이 손질하기 편하다.
보관은 용도에 따라 나눈다. 바로 먹을 경우에는 냉장 보관이 적당하다. 물기를 살짝 제거한 뒤 밀폐 용기에 담으면 향이 오래 간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한다. 해동할 때는 물에 바로 넣지 말고, 실온에서 천천히 풀어야 조직이 무너지지 않는다.
조리할 때는 씻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는 조직 사이로 모래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여러 번 헹군다. 세게 비비지 말고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는 방식이 낫다. 손질이 끝나면 바로 조리하는 것이 향을 살리는 방법이다.
겨울 바다는 매생이를 통해 계절을 알린다. 찬 물에서 자라난 해초가 뜨거운 국으로 변하는 순간, 식탁은 계절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1월 이달의 수산물로 매생이가 이름을 올린 이유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