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연기 온 마을 가득 차고 700여m 앞까지 불길 번져"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박세진 기자 = "1년 전 산불이 생각나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것 같았습니다. 하도 신경을 많이 써서 입술도 다 텄어요."
10일 오후 7시께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
지난해 봄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의성군에 10일 또다시 큰불이 나 긴급대피한 주민들은 해 질 무렵 기적 같은 폭설이 쏟아지면서 큰 불길이 잡히자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불 발생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오로 1리 주민 김선래(70대·여) 씨는 "마을에서 700∼900m 거리인 산에까지 시뻘건 불길이 번져서 보였다"며 "시커먼 연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몸서리쳤다.
김씨는 또 "지난해 산불처럼 피해가 클까 봐 심장이 내려앉을 것처럼 떨렸다. 신경을 많이 써서 입술도 지금 다 텄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귀중품만 보따리에 싸서 빠져나왔다는 이웃 주민 이영희(60대·여) 씨는 "마을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며 "아직도 목이 따끔거리고 아프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산불 때는 불길이 우리 마을까지는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불길이 산 능선에서 보여 엄청나게 놀라고 정신이 없었다"며 "눈이 내려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불이 난 곳에서 1㎞가량 떨어져 있는 팔성 1리 주민들도 체육관에 모여 저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산 하나만 넘으면 우리 마을로 불길이 오는 상황이었다"며 "한마디로 무서웠다. 주민들도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 있다가 체육관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의성군청과 봉사단체에서 나온 관계자들은 대피한 주민들에게 김밥, 빵, 우유 등을 나눠주거나 건강 상태를 묻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김주수 의성군수도 의성체육관을 찾아 대피한 주민들에게 산불 진화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군수는 "주불을 잡고 잔불을 정리하고 있지만, 안전을 생각했을 때 체육관에서 하루 주무셔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성군에 따르면 의성체육관으로는 오로 1·2리와 팔성1리 주민 등 총 73명이 대피했다.
이 밖에 비봉리 등 다른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산불은 이날 오후 3시 15분께 경북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 150m 높이 야산 정상에서 발생했다. 아직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 초속 6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한때 산불 대응 2단계가 발령되기도 했으나, 해가 지면서 강한 눈이 내려 오후 6시 30분께 주불이 잡혔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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