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전영선 기자]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중국 배들로 가득하다. 미국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019년에도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다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던 트럼프 대통령.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백악관이 "군사력 사용도 선택지"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도대체 그린란드가 뭐길래, 미국 대통령이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그린란드, 어떤 곳인가?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면적(약 216만㎢)을 자랑하지만, 인구는 고작 5만7000명. 서울 한 개 구(區) 인구보다 적다. 땅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해안가 일부뿐이다. 현재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쉽게 말해 덴마크 소속이지만 자체 정부와 의회가 있어 상당한 자치권을 누린다. 외교와 국방만 덴마크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결정한다. 덴마크로부터 매년 약 800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재정을 운영한다.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원할까?
첫째,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다. 그린란드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북극해 한가운데 있다. 만약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쏜다면 그린란드 상공을 지나게 된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북부에 '피투피크 우주기지'라는 군사시설을 운영하며 미사일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이 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가는 거리가 기존보다 훨씬 짧아진다.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면 이 새로운 바닷길의 '문지기'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땅속에 '보물'이 묻혀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토류(稀土類)라는 광물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풍력발전기, 첨단 무기 등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원료다. 문제는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에 이렇게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 그린란드 희토류를 확보하면 중국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린란드는 기후가 너무 혹독하고 인프라가 없어서 실제로 광물을 캐내려면 수십 년, 수조 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작전'은 무엇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방법을 동시에 쓰고 있다. 돈으로 마음을 사려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그린란드 주민 1인당 최대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만7000명 전원에게 주면 최대 57억 달러(약 8조 원)가 든다. 덴마크 정부 대신 주민들에게 직접 "미국 편이 되면 이득"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이다. 특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그린란드 특별사절'로 임명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그린란드를 미국의 일부로 만들겠다"고 공개 발언해 덴마크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군사력 활용도 항상 대통령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영토에 군사력을 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 '돈로주의'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돈로주의(Donroe Doctrine)"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에 자신의 이름 '도널드(Don)'를 붙인 신조어다. 먼로주의란 1823년 미국 먼로 대통령이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선언한 외교 원칙이다. 쉽게 말해 "이 동네는 미국 관할"이라는 뜻이다. 트럼프의 '돈로주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2025년 11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에서 중국·러시아 같은 경쟁국이 군사력을 배치하거나 주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린란드는 물론이고 캐나다, 파나마 운하까지 미국의 '뒷마당'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반응은?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린란드 옌스-프레데릭 닐센 총리도 "우리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아닌 그린란드인으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유럽 7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덴마크) 정상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그린란드 문제는 오직 그린란드와 덴마크만 결정한다"며 미국을 견제했다.
흥미롭게도 그린란드 주민의 84%는 언젠가 덴마크에서 독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국에 합류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여론조사에서 85%가 "미국 영토가 되는 것은 반대"라고 답했다. 미국도 싫고 덴마크도 싫고, 그냥 '그린란드'로 독립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총선에서도 "천천히 독립을 준비하자"는 중도파가 이겼다. 트럼프의 압박이 오히려 반미 감정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매입이 가능할까? 법적으로 매우 어렵다. 21세기에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영토를 돈으로 사거나 군사력으로 빼앗는 건 국제법상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덴마크는 NATO 회원국이다. NATO 헌장 5조에 따르면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미국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면 NATO가 붕괴될 수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조차 "우리는 그린란드와 전쟁 중이 아니다. 군사행동은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트럼프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본다. 당장 그린란드를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북극에 관심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다. 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샀을 때, 당시 미국인들은 "얼음덩어리를 왜 사느냐"며 '수어드의 어리석음'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 알래스카는 미국의 핵심 전략 자산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제2의 알래스카를 만든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먼 나라 얘기 같지만, 한국에도 영향이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부산항의 물류 허브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또 희토류 공급망이 재편되면 삼성, SK, LG 등 국내 기업의 배터리·반도체 생산에도 변화가 생긴다. 무엇보다 미국이 NATO 동맹국에도 "군사 옵션 배제 안 한다"고 말한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한미동맹 맥락에서도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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