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74%→50% 급락
OTT·숏폼·AI 채팅앱으로 여가 이동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 세상을 조용히 떠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게임 이용률은 50.2%로 해당 지표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74.4%로 한때 국민 4명 중 3명이 즐기던 게임이 3년 만에 50% 선이 위태로운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물론 70%대를 기록한 2020∼2022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행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게임 이용률은 계속해서 60% 이상을 유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50%라는 숫자는 크게 다가온다.
◇ 게임 제치고 OTT·숏폼이 급부상…AI 채팅앱 인기도 복병
게이머들이 게임을 그만 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체 여가의 등장이다.
진흥원 조사에서 게임을 대체하는 여가 활동을 찾았다는 응답자 1천331명은 대체 여가 활동으로 86.3%(이하 중복 응답 가능)가 'OTT·영화·TV·애니메이션' 등 시청 중심 감상 활동을 꼽았다.
별도로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여기에는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롤 통해 대세로 떠오른 숏폼도 포함된다.
숏폼이 2020년대 들어 새롭게 주목받은 포맷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줄어든 게이머 파이 상당수를 짧은 동영상들이 잠식한 셈이다.
숏폼 영상의 등장으로 게임도 하이퍼캐주얼을 표방하며 '숏폼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도파민을 자극하고, 다른 사람과 이를 함께 공유하며 확산하는 숏폼만큼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부상도 게임산업에 마냥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위기일 수도 있다.
이미 생성형 AI는 게임이나 영상, 웹툰 업계가 제공하던 엔터테인먼트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스캐터랩의 '제타', 뤼튼의 '크랙' 같은 AI 기반 캐릭터 채팅 앱은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수백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이나 영상 산업에서는 '음지'로 들어가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성적 대화도 성인인증만 받으면 자기가 원하는 콘셉트의 캐릭터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국내 한 라디오에는 이런 앱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부부의 사례까지 소개된 적 있다.
아직까지 AI 채팅 앱이 제공하는 대화의 수준이나 이미지·음성 생성 기능은 성능의 한계가 뚜렷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이미 앞서 언급한 지표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가속화하는 AI의 발전 속도에 비춰볼 때, AI 채팅 앱은 수년 내로 게임 이상으로 현실적인 상호작용과 시각 효과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 산업계도 생성형 AI를 개발 과정은 물론 게임플레이 요소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모양새지만, 아직 발전 속도는 더디다.
작년 여름 만난 한 인디 게임업체 대표는 '제타'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이제 AI 그 자체를 게임처럼 즐기는데, 전통적인 게임 산업계가 여기에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 '베끼기' 넘어 혁신 장려하는 게임 생태계 만들 때
50%까지 떨어진 게임 이용률은 게임이 더는 흥미롭고 새로운 여가 활동이 아니게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임 이용 경험이 있으나 현재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미이용 이유로 44%(중복 응답 가능)가 '이용 시간 부족'을 들었고 '게임 흥미 감소'가 36%, '대체 여가 발견'이 34.9%, '게임 이용 동기 부족'이 33.1% 등으로 나타났다.
네 항목은 말만 다르지 사실상 같은 취지의 답변이다. "게임은 이제 재미없다"는 피드백이다.
그 책임은 결국 혁신보다는 수익성을 택해온 게임업계 그 자신에 있다.
2020년대 '리니지'나 '오딘' 같은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경쟁형 모바일 MMORPG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고, 국내 게임업계는 이를 베낀 아류작을 쏟아냈다.
그러다 블록체인 게임이 가상화폐 상승장에 확 뜨니 너도나도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게임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누구도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 노골적으로 변한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상술은 정부와 국회의 규제 입법으로 돌아왔다.
일부 업체는 다른 게임을 노골적으로 베끼거나 프로젝트를 통째로 들고 퇴사해 창업하는 등의 논란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거나 법정에 서며 '모럴 해저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사이 국내 게임업계의 혁신 동력은 분산됐고, 중국 게임업체에 개발력은 추월당했으며,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커졌다.
'데이브 더 다이버'나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작품도 나왔으나 이런 혁신의 방식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못한 듯하다.
당장 게임업체들의 실적은 우상향하고 있고 게임 행사를 찾는 이들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전체 소비자 유입이 줄어들며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면 게임시장도 결코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테다.
혁신적인 게임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좋은 게임이 수익을 내는 시장 환경을 만들 방법을 게임업계를 이끄는 대형 게임사, 규제 완화와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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