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은 또 다르다.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에는 ‘국가’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9일 내놓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 대도약 실현’을 정책 아젠다로 제시했다. 국가 주도형 경제성장모델로의 방향 전환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내에 ‘광복 100주년 2045 대한민국 경제대도약’을 위한 국가 아젠다를 발굴해 실행계획을 만들겠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 국가주도형 경제성장모델…정부가 앞장선 뒤 민간에 동참 유도
이재명식 국가주도 성장모델은 ‘시장이 제한된 자원을 최적화해 배분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전제로 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이 겹치면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점점 낮아지는 장기 저하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비효율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됐다.
사람과 자본이 서울로 몰리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산업과 인구가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지역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시장 자율에 맡길 경우 수도권 집중이 심화해 국가 경쟁력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반도체·AI·방산·에너지 전환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은 개별 기업의 판단과 역량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이재명식 국가주도 성장전략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2% 성장 달성과 함께 중기적으로는 4% 안팎의 성장 경로를 복원하고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국가가 전략산업·정책금융·노동 재배치를 앞장 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 국가전략산업 지정…추상적 선언 아닌 ‘정책 설계’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전략산업 지정이다. 국가전략산업 지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자본·기술·행정·규제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정책 설계다.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부는 반도체, AI, 방산, 바이오, 탄소중립·에너지 전환(GX)을 단순한 유망 산업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둘 경우 투자 지연이나 기술 격차 확대가 불가피한 ‘국가 개입 대상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며, 기술·안보·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민간 투자 구조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거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위험이 크다.
이재명 정부는 이들 산업에 대해 국가가 먼저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략산업 지정의 핵심은 정책 수단을 패키지로 묶었다는 점이다.
정책금융을 통해 장기·저리 자금을 공급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민간 금융이 뒤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여기에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성장펀드를 결합해 국가가 설정한 방향으로 민간 자본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R&D 역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모든 기술 개발을 폭넓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략산업 내 핵심 공정·핵심 부품·핵심 인력 분야에 정책 자원을 집중한다. 반도체는 첨단 공정과 소재·장비, AI는 학습용 인프라와 산업 적용 기술, 바이오는 임상·인허가 연계 기술 등 시장만으로는 끌어가기 어려운 영역이 대상이다.
인허가와 규제도 패키지의 일부다. 전략산업에는 입지 규제 완화, 신속 인허가, 실증 특례를 동시에 적용해 “이 산업은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는 신호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낮춘다.
◇ 반도체·AI·방산·바이오 등에 자금 흐르게
재정은 물론 금융 또한 정부가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은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차원을 넘어, 국가가 설정한 성장 전략을 직접 실행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담긴 △국민성장펀드, △정책금융 공급 확대, △한국형 국부펀드 신설은 기존의 시중 유동성 관리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약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한국형 국부펀드’다.
국가가 보유한 공공자산을 다시 미래 성장 동력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정부가 단순한 시장 관리자를 넘어 직접 투자에 참여하는 ‘국가 자본가’로서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마중물이라면, 국부펀드와 정책금융은 국가가 설정한 성장 경로에 맞춰 자금이 흐르도록 강제하는 도구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은 전략산업과 기술 전환 기업에 장기·저리의 목적성 자금을 집중 투입한다. 이는 기업 전반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산업 분야를 선별해 자본을 집중하는 ‘선택적 금융 지원’이다.
공공투자 역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연장선에 있다. △RE100 산업단지, △첨단산업 클러스터 등 국가가 성장 축으로 설정한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민간이 투자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후적 형태가 아닌, 국가가 먼저 자본과 인프라를 투입해 시장의 길을 닦고 민간 투자가 그 뒤를 따르게 하는 ‘국가 선도형 투자구조’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 노동, 보호의 대상이자 경제 성장자원
노동 역시 과거 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재명식 국가주도 성장모델에서 노동은 보호의 대상에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성장 자원으로 역할이 확장됐다.
△중장년 인력의 재배치, △산업·지역 간 이동 촉진, △외국인력의 전략적 활용이 모두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성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먼저 중장년 인력 활용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숙련 인력을 조기 퇴출시키는 기존 고용 구조를 비효율로 판단했다.
이재명 정부는 중장년층의 재교육·전직 지원, 계속고용 확대, 직무 전환을 통해 산업 현장에 남아 있는 숙련 인력을 성장 자원으로 재배치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는 고용 안정 뿐 아니라 뿌리산업 등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는 분야에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산업·지역 간 인력 이동 촉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산업단지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력 이동을 개인 선택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인력 양성, 주거·교육·생활 인프라 지원을 결합함으로서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외국인력에 대한 접근 역시 다르다. 이재명 정부는 외국인력을 단순한 기피업종 보완 수단이 아니라, 지방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핵심 자원으로 본다. 농어촌·제조업·돌봄·서비스 등 인력 공백이 만성화된 분야에 외국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지역 정착과 산업 유지를 병행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