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마시고 당황하지 말아요. 밀어내면서 올라와 앉아봐요. 밀어내면서 손끝 당겨요. 하체 밀리지 않게 바닥에 눌러요. 그렇지, 이 동작이에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침대처럼 생긴 거대한 필라테스 기구에 누운 남성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손잡이를 잡고 상체를 끌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남성의 얼굴이 점차 붉어지고 몸이 떨려왔지만 강사는 숫자 세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체장애가 있는 이 남성 수강생은 수업이 끝난 뒤 "윗몸 일으키기는 살면서 포기한 부분 중 하나였는데 아까 생전 처음으로 성공했다"며 얼떨떨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운동을 하면) 도전 의식이 생기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디아필라테스 센터에선 이디다(38) 디아앤코 대표의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디아필라테스 센터는 장애 유무와 관계 없이 누구나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장벽 없는)' 공간이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수업은 기존의 정해진 동작을 그대로 따르기보단 참여자의 신체·정신적 특성을 우선 고려해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운동에 사람의 몸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닌, 사람의 몸에 운동을 맞추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보통 강사들이 처음에 해부도를 배우는데, 다리가 완전히 안 펼쳐지고 고관절 회전이 되지 않는 분을 그 해부도 기반으로 가르치려고 하면 동작이 안 나온다"며 "기존의 틀을 깨고 사람 한 명 한 명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서 운동을 가르치는 게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이 센터에선 장애 유형을 지체·감각·발달 장애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방향성을 잡고 수업을 시작한다. 청각장애 회원에겐 얼굴을 마주 본 상태에서 표정이나 손짓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발달장애 회원을 대상으로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는 게 대원칙이다. 세부사항은 그때그때 회원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이 대표가 직접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센터를 차렸던 2021년만 해도 배리어프리 필라테스와 관련한 매뉴얼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이에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대표가 처음 배리어프리 필라테스에 뛰어든 건 일종의 '오기' 때문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 연이 닿은 장애인 지인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치려 했는데, 두 달 내내 장소를 빌리지 못해 애를 먹다 직접 센터까지 차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당시 대관을 하려고 26곳 정도 전화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다 거절을 당했다"며 "그때 처음으로 장애인들이 생활체육을 하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필라테스는 자기 몸을 이해하는 기회이자 그 이상으로 삶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필라테스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장애인 회원들은 가지 않던 곳을 가고, 하지 않던 것을 하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보통 장애인 회원들은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보니 삶의 가동 범위가 작아진다. 다칠 것 같아 계속 움츠려 드는 건데,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근육을 인지하고 몸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또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비장애인 시설을 다니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그분들의 삶이 다채로워지는 걸 보고 이 공간이 15평 그 이상의 가치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이 대표는 올해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아필라테스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누구나) 집 앞에 있는 센터에서도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은 말로 '정부의 관심'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선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장애인에게 스포츠강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는데, 운동을 꾸준히 잘 다니던 회원이 선정 대상에서 제외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울러 이 대표는 "필라테스만큼 장애인에게 안전한 운동이 없다"며 "복지관이나 곰두리체육센터 같은 공공체육센터에서 더 많은 이들이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도록 시범사업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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