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연내 3대 안보문서 개정 방침…핵잠수함 도입·비핵 3원칙 재검토 주목
향후 연립여당과 개헌 속도전 가능성도…신년사 '쇼와 100년' 언급 배경 관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현행 일본 헌법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듬해인 1946년 공포된 뒤 1947년 시행됐다. 올해는 헌법 공포 80주년이다.
일본 헌법은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제9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제9조는 두 개 항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해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혹은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영구히 포기한다"이다.
두 번째 항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외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이다.
골자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군대' 대신 '자위대'가 존재하고, 무기는 보통 '방위장비'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위대는 전투기, 잠수함 같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호위함을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해왔고, 영국·이탈리아와 신형 전투기도 개발 중이다. 방위력 강화에 필요한 방위비(방위 예산)도 꾸준히 늘렸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강경 보수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 근간인 3대 안보 문서를 올해 안에 개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방위력 강화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정세가 엄중하고, 동맹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구실로 삼아 '강한 일본'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으로 구성된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정책의 대략적 방향은 작년 10월 집권 자민당이 일본유신회와 연정 수립 시 합의한 문서에 나와 있다.
파괴력이 더 뛰어난 무기를 확보하고, 무기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자위대 대원의 처우를 개선해 미달인 정원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무기 수출 규제 완화는 이미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을 없앰) 등 5가지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만 무기 완성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이르면 오는 4월께 철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일본이 살상 능력이 높은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은 대폭 넓어지게 된다.
자위대 처우 개선은 급여 조기 인상, 재취업 지원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 국제 표준화를 이유로 들어 자위대 계급 명칭을 군대처럼 바꾸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위관 중 가장 높은 '1위'를 '대위'로 바꾸는 식이다.
3대 안보 문서 개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역시 무기 확충이다.
일본 정부가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했을 때는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확보가 핵심으로 평가됐다. 일본은 반격 능력을 위해 장사정 미사일을 대거 수입하고 자국 제품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 비핵 3원칙 재검토 여부가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에 대해서는 반입 금지에 이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피폭자 단체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여론을 주시하며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내각은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에서 방위비로 9조353억엔(약 83조7천억원)을 편성했다. 2022회계연도 방위비가 약 5조4천억엔(약 50조원)이었는데, 불과 4년 만에 60% 이상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올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마칠 경우 내년에는 내친김에 헌법 개정 논의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이미 헌법 9조 개정을 염두에 둔 협의를 시작했다.
헌법 9조가 개정된다면 일본은 명실상부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80년 넘게 지킨 '평화국가'라는 수식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욱이 우려되는 점은 다카이치 총리가 신년사에서 '헌법 공포 80년'이 아닌 '쇼와 100년'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쇼와 시대(1926∼1989)는 일본의 전쟁과 패전, 경제 부흥 시기와 겹친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이전에 드러냈던 역사관을 보면 그가 쇼와 시기의 핵심 가치를 전쟁에 대한 책임과 반성보다는 한때 강했던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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