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 등 외국인 혐오 심화…이주노동자 겨냥한 차별·가혹행위도 여전
"지도층서 혐오 발언 차단하고 사실 아닌 부분 바로잡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왜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고 여기고 거세게 (시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백화점 앞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달 초 한국에 온 그는 서울 이태원과 홍대입구역 등 관광하러 찾은 곳마다 이른바 '반중 시위'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오버 투어리즘'(많은 관광객으로 주민 삶의 질이 악화하고, 관광 명소가 훼손되는 현상) 때문이라고 여겼다"며 "수백명이 줄지어 가면서 큰 확성기로 '차이나 아웃'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비롯해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이들을 겨냥한 시위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이와 관련한 혐오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나 가혹행위도 여전하다.
지난해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한 채 지게차로 들어 올리며 조롱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주민이 증가하는 국가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인종 간 갈등이라고 분석하며, 혐오 발언을 차단하고 통합 사회로 나아갈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성인 1천50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3%로, 전년(63.9%)보다 2.4%포인트 올랐다.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로는 '중국인의 국민성과 행동이 비호감이기 때문'이 5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치 체제가 공산당 체제기 때문'(39.5%),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보복 때문'(36.9%),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중국의 환경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때문'(29.1%), '한국을 존중하지 않으므로'(22.3%)의 순이었다.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2024년 66.7%에서 2025년 69.5%로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도 67.5%에서 71.7%로 상승했다.
한국에 터를 잡고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해 온 중국동포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30여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원로회장은 "그간 중국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많이 정착해 왔지만, 최근 들어 (한중) 갈등이 심화해 안타깝다"며 "반중 시위 대부분이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별 대응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가 회복되고, 이런 기류가 민생 경제에도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심화한 반중 정서의 기저에 정치적인 영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고문(법무부 귀화민간면접관)은 "전 정권에서 한중관계가 삐걱거렸고, 유력 정치인들도 (중국인의 선거 개입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처럼 발언했다"며 "이런 기류가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 지도층에서 혐오 발언 차단에 나서고,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바로잡아 양국의 화해 기류를 조성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도 "한중 수교 이후에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이토록 나빠진 적은 없었다"며 "차이점은 이번엔 명확한 갈등 원인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서해 조업 갈등이나 양국 무역 분쟁,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 과거처럼 뚜렷한 이슈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일부 정치권에서 중국 갈등을 통해 표를 결집하려고 했고, 이에 부화뇌동한 이들이 갈등을 조장했다"며 "인종 차별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민 인식을 높이고, 혐오 조장 발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 행위나 혐오 발언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작년 7월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 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한 채 지게차로 들어 올리며 조롱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논란이 됐다.
대구 성서공단에서는 불법 체류자 단속을 피하려던 피하려던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건도 잇따랐다.
작년 상반기 산재사고 사망자 287명 중에 외국인은 13.2%인 38명에 달한다.
이같은 갈등은 외국인 유입이 증가함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고문은 "어느 나라든 많은 외국인이 들어오면 내국인의 반감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내 체류 외국인의 상당수가 중국인인 만큼 이들에 대한 반감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272만여명 중 35.4%(96만여명)가 중국인이다.
그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중국은 앞으로도 한국의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며 "인종차별을 지양하는 시민사회 교육을 통해 양국 국민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hlamaze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