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우려가 '원화 휴지조각론' 더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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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우려가 '원화 휴지조각론' 더 부채질?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10 03:5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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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고지기의 고군분투와

'원화 휴지조각론' 실체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통화 가치에 대한 대중적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창용(65)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유튜버들을 지목하며 '원화 휴지조각론'을 정면 반박했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은행 기자실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년 간담회에서 던진 발언은 평소의 정제된 수사학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는 국내 일부 유튜버들이 퍼뜨리는 환율이 1500원 넘어간다며 원화 휴지조각론을 거론하는 것을  직접 비판하며, 이는 해외 투자은행들의 객관적인 시각과 완전히 동떨어진 국내만의 비관론이라고 일축했다. 이창용 총재는 해외 투자은행들은 대개 올해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초반 정도로 전망하는데 국내에서만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들 한다며 날을 세웠다. 중앙은행 수장이 특정 미디어 플랫폼의 담론을 이토록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한국 경제가 처한 심리적 공황 상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방증한다.

현재의 환율 급등은 전통적인 경제학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의 움직임보다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유독 크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를 내국인의 기대 심리가 환율 상승을 드라이브하는 현상으로 규명했다.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공포가 기업의 달러 매수를 앞당기고 개인의 해외 자산 투자를 부추기며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4년 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환율이 한 시간 만에 20원 넘게 치솟으며 1,430원을 돌파했던 기억은 시장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재판 과정에서 계엄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들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점도 외환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합리적 개인과 비합리적 국가의 충돌

한국 외환시장의 가장 거대한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은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원화 매도와 달러 매수를 수반한다. 이창용 총재는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수익률만 높이려 했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폭등과 서민 경제의 고통이라는 거시경제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환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로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 9,000억 원) 한도 내에서 총 2,000억 달러(약 289조 원)를 미국에 현금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가로 지불한 거대한 비용이다. 시장에서는 이 막대한 달러 자금이 기계적으로 빠져나가며 원화 약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는 단호했다. 그는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 9,000억 원) 투자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은행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금이 나가는 시점과 속도를 조절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원화 자산의 '녹아내림'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1996년 달러당 750원 수준이던 환율이 현재 1,450원을 넘어선 것은 원화의 달러 대비 구매력이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5년 전 10억 원의 자산이 달러 표시 기준으로는 3,500만 원(약 5,000만 원) 이상 가치가 증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용 총재는 서학개미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 개인에겐 합리적일 수 있지만, 나라 전체로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딜레마를 지적했다.

숫자로 본 대외 건전성은 1997년의 외환 위기와는 판이하다. 당시 100%를 상회했던 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은 현재 35%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2025년 11월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은 4,306억 6,000만 달러(약 622조 3,000억 원)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순대외채권 규모도 3,818억 달러(약 55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에스앤피(S&P)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로 유지하며 2028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1,000달러(약 5,900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러한 탄탄한 펀더멘털에 기초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정해진 미래와 화폐의 운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휴지조각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인구 구조가 그려내는 암울한 미래 설계도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저출생·고령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5년 49.1%에서 2065년 156.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 감소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노인 의료비와 연금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과 같은 비기축 통화국이 국가 채무 비율 60%를 넘길 경우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스테이블 코인 시대의

 원화 지위 우려 목소리

여기에 디지털 자산의 급부상은 원화의 지위를 더욱 위협한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국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원화의 존재 가치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기업과 개인이 국경 없는 거래를 위해 원화 대신 디지털 달러를 선택하는 순간, 한국은행의 통화 주권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휴지 조각의 공포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전환기에 대한 대중의 본능적인 불안감을 파고든 것이다.

 결국 통화 가치는 그 국가가 미래에 창출할 가치의 총합을 현재로 끌어온 가격표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금고지기를 자처하며 미세 조정을 하더라도,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재정 준칙을 확립하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원화에 대한 신뢰를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다. 이창용 총재의 이번 발언은 시장의 과도한 쏠림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동시에,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해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원화는 아직 휴지 조각이 아니지만, 우리가 이 경고음을 무시한다면 미래 세대가 쥐게 될 화폐의 가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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