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2025년 11월 경제 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대외 여건 악화 속에 수출은 시장 예상을 깨고 감소했지만, 국내 산업 활동을 보여주는 산업생산은 예상을 뒤엎고 증가하며 제한적인 회복 조짐을 나타냈다.
마켓워치와 dpa 통신, RTT 뉴스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은 9일 근무일수와 계절 요인을 조정한 기준으로 11월 독일 수출이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보합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은 0.8% 늘었고, 이에 따라 11월 무역수지 흑자는 131억 유로로 축소됐다. 이는 10월(172억 유로)과 2024년 11월(200억 유로)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수출 부진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11월 대미·대EU 수출은 각각 전월 대비 4.2% 감소했고, EU 역외 수출도 0.2%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9%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독일 경제의 과거 성장 엔진이 얼마나 크게 동력을 잃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관측됐다. 11월 대중국 수출은 전월 대비 3.4% 증가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8.0% 늘었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로 인해 중국 상품이 유럽 시장으로 더 많이 유입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 부문과 달리 국내 산업 활동은 개선 신호를 보냈다. 11월 독일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증가해 시장의 0.4% 감소 예상과 정반대 결과를 기록했다. 산업생산은 9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애널리스트들은 “장기간 이어진 침체 국면이 끝난 것으로 보이며, 최근 산업 수주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8일 발표된 11월 산업 신규수주는 대형 주문 증가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5.6% 늘어, 감소를 점쳤던 시장 전망을 뒤집었다.
다만 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고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교역 환경이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한 EU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로 미국 수출이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는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인 미국과의 관계는 새해에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며 “중국이 다시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역시 연말을 전후해 나타난 산업 여건 개선 조짐이 이어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독일 산업생산은 중기적으로 다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과 산업 반등이 동시에 나타난 11월 지표는 독일 경제가 대외 변수에 취약한 가운데서도 내부 회복의 불씨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관세와 글로벌 교역 환경이라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이 반등이 추세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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