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반전으로… 남유럽 4개국, 왜 다시 ‘유럽의 모범생’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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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반전으로… 남유럽 4개국, 왜 다시 ‘유럽의 모범생’이 됐나

뉴스비전미디어 2026-01-10 00:1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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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 5년간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 성과를 낸 국가들로 재부상했다. 스페인 일간지 기밀신문은 6일,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이른바 ‘유럽 4개국’이 최근 수년간 선진국 가운데 최고의 경제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부터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 고용, 주식시장 성과 등 주요 거시지표를 종합해 ‘연간 최고의 선진 경제체’ 순위를 발표해 왔다. 이 평가에서 최근 몇 년간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들이 바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였다. 특히 이탈리아를 제외한 세 국가는 높은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 둔화된 물가, 강세를 보인 주식시장을 동시에 달성했다.

관광업과 고용 확대, 회복의 1차 동력

이들 국가의 공통 분모는 관광업이다. 팬데믹 이후 관광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스페인의 경우 최근 4년간 GDP의 약 3분의 1이 관광·소매 부문에서 발생했다. 포르투갈은 27%, 그리스는 24%에 달한다. 관광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대규모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행운’의 결과만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했다. 유로존 회원국이라는 제약 속에서 통화가치 절하 대신 임금과 고용 비용을 낮추는 내부 조정을 선택했고, 이는 지난 10여 년간 눈에 띄는 고용 증가의 토대가 됐다. 스페인 저축은행 재단의 레이먼드 토레스 거시경제 분석담당 이사는 “평가절하는 소비에는 부담이지만,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이들 국가는 대외수지를 개선했고, 수출이라는 중요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금융 개혁과 중앙은행의 방패

금융 부문 재편도 회복의 핵심이었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감독 강화가 병행됐고, 2011년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국채 시장의 불안정한 투기 공격을 막기 위해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정책을 지속했다. 이러한 제도적 방패는 남유럽 국가들이 회복 국면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안전판이 됐다.

지속 가능성의 시험대

문제는 이 같은 호조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스페인 대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겔 카도소는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과 관광업이라는 일시적 동력은 이미 ‘수익 체감’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임금 억제에 기반한 비용 경쟁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고, 실업률 하락은 노동자의 협상력을 키우며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요구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는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 수준이 여전히 낮다. 특히 스페인과 그리스는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인적·기술적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토레스는 “더 이상 임금 인하와 재정 긴축에 의존할 수 없다”며 “생산성 제고, 임금과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

단기적으로는 성장의 관성이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 전망은 불확실하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025~2028년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구조적 성장 능력 자체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선진 경제체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단순한 고용 확대가 아닌 1인당 생산성 증대가 필수라는 의미다.

남유럽에는 잠재적 강점도 있다. 서비스 소비 확대, 재생에너지 발전 가능성,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지중해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가 그것이다. 관건은 이 잠재력을 실제 성과로 전환할 정책 실행력이다. 위기에서 반전을 만들어낸 남유럽 4개국이 이제 또 다른 도전 앞에 서 있다. ‘저비용 경쟁’의 성공을 넘어 ‘고부가가치 성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다음 10년이 그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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