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과 저녁 시간이 되면 서울 종로구 동대문 종합시장 인근 골목에는 긴 대기 줄이 서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메뉴인 닭한마리가 일본인들에게는 한국 여행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닭 한마리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닭한마리는 1970년대 후반 동대문 시장 일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음식이다. 당시 시장 상인과 인근 근로자들이 저렴하고 든든한 한 끼를 위해 닭을 통째로 끓여 먹기 시작했고, 여기에 칼국수 사리가 더해지며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후 ‘닭을 한 마리 그대로 끓인다’는 의미에서 닭한마리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현재도 동대문 일대에는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온 닭한마리 전문점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다.
이곳이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유명해진 계기는 일본 내 방송과 입소문 영향이 크다. 현재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는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의 풍경은 독특하다. 분명 서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서 들리는 언어의 80% 이상이 일본어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의 유명 걸그룹 멤버나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 일본 내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이곳을 방문해 추천하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성지와 같은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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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닭한마리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이유는 자국의 닭 요리 문화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미즈타키(水炊き)는 닭을 물에 끓여 먹는 음식으로 조리 방식 자체는 닭한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즈타키는 국물이 맑고 간이 약한 반면, 닭한마리는 마늘과 대파가 들어가 훨씬 진한 맛을 낸다.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조리법에 더 강한 풍미가 더해진 음식으로 인식된다.
소스를 직접 만들어 먹는 방식도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다. 간장과 식초, 겨자, 고춧가루를 섞어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구조는 일본에서 흔히 사용하는 폰즈 소스 문화와 닮아 있다. 매운맛에 약한 사람도 양을 조절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는 반응이 많다.
종로 닭 한마리 골목 / 연합뉴스
식사 순서 역시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요소로 작용한다. 닭과 떡을 먹은 뒤 칼국수, 마지막으로 죽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일본의 ‘조스이’ 문화와 유사하다. 남은 육수까지 활용하는 식사 구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일본 현지에도 닭한마리 전문점이 늘고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먹는 맛과 분위기를 선호한다. 양은 냄비에 끓이는 방식과 마늘 향, 시장 골목 특유의 분위기는 현지에서 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메뉴로 여겨지는 닭한마리가 일본인들에게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서로 다른 식문화가 비슷한 조리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차이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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