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C 사무총장 '해산 선언'…대변인은 "정치 구상 계속 참여"
사우디 공세에도 '건국 헌법' 발표하며 버텼지만 와해 위기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김동호 특파원 = 예멘 분리주의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듭된 공습으로 상당수 거점에서 밀려나면서 와해 직전이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예멘 재건을 추진해온 남부과도위원회(STC)의 압둘라흐만 잘랄 알세바이히 사무총장은 이날 현지 방송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모든 노력이 거부됐다"며 STC가 자진 해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TC 위원장인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가 STC의 뒷배인 아랍에미리트(UAE)로 피신한 지 하루 만이다.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지난 6일 예멘 남부 아덴에서 배를 타고 소말릴란드 베르베르항으로 이동했으며, 그곳에서 다시 화물 수송기를 타고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거쳐 UAE 아부다비로 이동했다고 전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발표했다.
사우디의 칼리드 빈 살만 국방장관은 STC 해산에 대해 "용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자국에서 예멘 남부 사안을 논의할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STC 내부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안와르 알타미미 STC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주요 결정은 위원장의 지휘 속에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남부 주민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정치적 구상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자세로 계속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예멘은 1960년대 영국과 오스만제국에서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각각 독립했지만, 1990년 통일했다. 하지만 1994년 남예멘이 다시 분리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이 발발했고 북예멘의 승리로 재통일되는 등 분리 움직임이 계속돼왔다.
남예멘 공군 출신인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1994년 내전에도 참가하는 등 남예멘 분리독립 운동을 계속해왔다.
2014년 북부를 근거지로 하는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 속에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하며 세력을 확장하자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반군과 싸움에 앞장섰고 이듬해 아덴 주지사가 됐다.
하지만 2017년 예멘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지사에서 해임됐고 곧바로 STC를 설립한 뒤 UAE의 자금과 무기 지원을 받아 예멘 남부에서 가장 세력이 큰 민병대로 키웠다.
2022년 예멘에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하야하고 후티 반군에 맞선 여러 정치단체가 참여한 대통령지도위원회(PLC)가 국가통치조직으로 결성되자 알주바이디 위원장은 PLC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STC는 지난해 말 남부지역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며 옛 남예멘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그러자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는 STC에 자국과 국경을 접한 하드라마우트주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경고했고, STC가 응하지 않자 지난달 말 STC 군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
사우디의 계속된 공습에 STC를 지원하던 UAE는 예멘에서 철군을 결정했고, STC도 사우디 접경지 등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STC는 지난 2일 옛 남예멘 영토에 '남아라비아국'을 창설한다는 자체 헌법을 발표했지만, 알주바이디 위원장의 출국으로 분리주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PLC는 알주바이디 위원장을 PLC 부의장직에서 해임했으며 반역 혐의로 기소했다.
중동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켄달 영국 케임브리지대 커튼 칼리지 학장은 알주바이디 위원장의 출국이 확인된다면 그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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