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민심에 이란 신정체제 위기…美·이스라엘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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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민심에 이란 신정체제 위기…美·이스라엘 호시탐탐

연합뉴스 2026-01-09 21:37: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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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 격화 이란 시위 격화

(테헤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의 차들이 시위 속에 불타고 있다. 2025.1.9 photo@yna.co.kr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란에서 경제 파탄과 외교적 고립으로 오랫동안 억눌렸던 민심이 터져 나오자 지난 40여년간 권력을 지킨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당국은 전전긍긍하면서 성난 군중에 채찍과 당근 양쪽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상자 속출에 자극받은 시위는 거세지며 9일(현지시간) 현재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사적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며 중동 역학에 큰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테헤란의 환전소 테헤란의 환전소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통화가치 폭락, 물가 급등…불만 여론 최고조

지난달 28일 상인들이 처음 테헤란 거리로 나서 시위를 시작한 직접적인 이유는 리알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이었다.

이란 리알화 환율은 이달 초 1달러당 147만리알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천리알 정도였던 환율은 약 10년 만에 45배로 뛰어올랐다.

핵합의로 경제 제재가 단계적으로 완화됐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가 핵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유야무야돼 이란 경제난이 다시 시작됐다.

원유·가스가 풍부하지만 올겨울엔 난방 연료가 부족해졌고 심각한 가뭄이 겹치며 민생고를 키웠다.

이란에서는 2022년 '히잡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적이 있다.

인권을 제약하는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를 향한 불만이 이미 팽배한 상황에서 경제난 악화가 뇌관이 된 셈이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치르며 체제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도 이번 시위의 배경으로 보인다.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 하마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 '시아파 벨트'의 붕괴를 목격한 이란 국민의 체제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부랴부랴 유화책…시위대 '폭도' 규정해 강경 진압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 초기엔 방어적으로 대응하다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면 '선량한 국민'과 '폭도'로 분리해 강경진압을 정당화한다. 폭도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는 불순 세력을 뜻한다.

유화책은 대통령이 대표하는 정부가, 강경책은 체제의 정점인 최고지도자가 지휘하는 군부가 맡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시위 초기인 지난달 29일 국민 생계에 가해지는 압박을 정부가 잘 알고 있다며 내무부에 시위대 요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내각은 환율 폭등의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급여 인상폭을 20%에서 43%로, 부가가치세 인하폭을 10%에서 12%로 각각 높이고 생필품 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보조금 88억달러(약 약12조8천억원)를 추가 배정하는 예산안 수정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강경책이 등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 당국이 처음에는 경찰과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하다가 이달 8일 케르만샤주 등에서 신정일치 체제 수호의 핵심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했다.

ISW는 "이란 정권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IRGC 지상군에 의존하며, 이런 경우 시위는 시민들의 집회가 아닌 반란으로 간주되곤 한다"며 "IRGC 지상군은 정권이 가진 최후의 방어수단으로써 극단적 수준의 무력을 사용한다"고 짚었다.

인권운동가통신(HRANA), 이란인권(IHR) 등 이란 외부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이날 기준으로 시위 사망자가 모두 40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이란 당국은 전날부터 전국적으로 인터넷 등 통신망을 광범위하게 차단해 시위 확산을 본격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일부 폭도들이 거리를 망치며 다른 나라 대통령을 기쁘게 하고 있다"며 시위대를 "외국인을 위한 용병"으로 지칭하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네타냐후와 트럼프 네타냐후와 트럼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미국과 이스라엘, 균열 파고드나…'정권 전복' 가능성도

이란에선 민생고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경제난과 체제에 대한 불신이 여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로 신정일치 체제가 입을 타격은 상당해 보인다.

구심점 없는 시위가 이란 31개주 가운데 20개주 이상으로 확산했다는 점에서 조기 해결은 실패한 셈이다.

특히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무사비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테헤란 대시장 상인들이 시위를 시작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란군 내부에도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르웨이에 기반한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지난 8일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 여럿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례가 더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에 동조하는 기류가 군내에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에서 이란 군부는 중립을 선언하며 사실상 왕정을 외면해 혁명의 성공을 도왔다.

이란의 숙적 미국과 이스라엘은 시위 전개를 예의주시하며 '큰 변화'의 기회를 노리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정권을 겨냥해 "과거에 그들은 사람들을 인정없이 쏴댔다"며 "이번에도 그런 짓을 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개입 의지를 보였다.

미국에 이란은 최대 적이지만 그간 미국 정부는 경제·금융 제재의 강도를 조절했을 뿐 '정권 교체'엔 선을 분명히 그었지만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로 '관성적 레드라인'은 무의미해졌다.

지난해 12일 전쟁으로 이란의 전력을 파악했던 이스라엘 정부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도 마두로의 축출로 이란 정권에 대한 조치가 가능해졌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사건이 이란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시위 격화 이란 시위 격화

(AFP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확산한 이란 시위 현장 사진. 2025.1.9 photo@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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