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핵심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MBK를 둘러싼 국내외 ‘큰손’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고려아연이 최근 미국 정부와 손잡고 현지 제련소 건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북미 주요 연기금들의 투자 판단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13일 오후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K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MBK의 경우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적대적 M&A 논란이 맞물리며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 역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공동 투자자였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수천억원대 손실 위험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이후 연금 자금이 고려아연 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MBK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이 사실상 거리를 두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취임식에서 “MBK·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탁운용사 평가와 기금 투자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공무원연금 역시 지난해 MBK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했으나, 투자확약서(LOC) 발급을 보류하며 출자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설령 김병주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주요 사건의 경우 상급심까지 이어지는 검찰 수사 관행을 고려하면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미 연기금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법적 리스크뿐 아니라, 최근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인 크루서블JV는 지난달 26일 고려아연에 약 2조8천300억원을 출자해 주식 220만9천716주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출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테네시주에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와의 협력 강화가 가시화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해 온 MBK의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기금(CalSTRS)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기금(CalPER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인베스트먼트) 등 북미 대형 연기금들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들 연기금은 MBK가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활용 중인 6호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북미 주요 연기금들이 MBK와 거리를 두게 될 경우, MBK의 향후 펀드 운용과 투자 활동 전반은 물론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도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법 리스크와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MBK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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